나만 그런지 모르지만, 시규어 로스의 음악은 외계어로 읊어대는 주술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가장 좋아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그들의 음악은 감성과 공간감으로 수렴되는데 보컬 역시 내용이 아니라 음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전환된다. 시규어 로스의 리드 보컬 욘시의 데뷔앨범 <<Go>>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시규어 로스를 들을 때처럼 이 앨범은 목소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물론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 앨범이 더 밝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의도된 것이리라. 경쾌하게 시작되는 <Go Do>, <러블리 본즈>에서 화려한 그래픽으로 재현된 중간계가 떠오르는 <Kolniður> 같은 노래가 귀를 사로잡는다. 전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근사한’ 느낌인데 이런 음악을 들을 때마다 몸속에 어떤 흔적이 새겨지는 기분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멜로디 앞에서 비평은 그저 감상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될 뿐이다.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음악과 감상에만 집중할 수 있는 앨범이다. 얼마나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