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최고의 오보에 주자로 꼽히는 하인츠 홀리거가 연로하여 활동이 뜸한 지금, 우리는 알브레히트 마이어를 주목해야 한다. 베를린 필의 수석연주자이자 솔리스트인 그가 국내 독주 무대를 갖는다. 그동안 마이어는 베를린 필의 일원으로서 혹은 협연자로서 모두 다섯 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러니 이번이 그만의 오롯한 독무대를 볼 수 있는 첫 자리인 셈. 슈만의 <로망스>를 비롯해 칼 닐센, 생상스, 드뷔시 등 목관악기에 특히 공을 들였던 작곡가들의 작품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의 첫 리사이틀은 단짝 피아니스트인 마르쿠스 베커와 함께 꾸민다. 이와 함께 들려온 마이어의 두장의 음반 소식도 반갑다. 국내에는 뒤늦게 발매된 헨델 모음집 <<뉴 시즌즈>>와 신보 <<바흐의 노랫소리>>. 공연장을 찾기 전 미리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제레미 아이언스)가 과라니 부족을 선교하기 위해 이과수 폭포 절벽을 맨손으로 기어올라간 뒤 평온한 숲속에서 오보에를 꺼내 연주하는 장면.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진 이들에게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