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판판’이란 코너를 만든 건 전임 편집장인 고경태 선배였다. 2009년 1월 개편과 함께 등장한 이 코너를 문석 선배와 격주로 나눠 썼다. 코너 운영의 측면에서 판판판은 다른 코너와 차이가 있다. 말하자면 복불복의 방식이다. 예를 들어 김도훈 선배의 ‘가상인터뷰’나 김용언 선배의 ‘시사티켓’은 박스 코너이기 때문에 담당자가 부재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써야 하는 코너다. 하지만 1쪽짜리인 판판판은 그 주의 담당자가 부재할 경우, 그냥 빼버리면 된다. 이때 복불복의 묘가 등장한다. 이번주에 쓰지 않았다고 해서 다음주에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다음주 담당자가 쓰는 방식이다. 운이 좋으면 2주 연속 쓰지 않아도 된다. 운이 나쁘면 운 좋은 사람을 부러워해야 한다. 물론 자기가 쓸 주에는 휴가를 내는 식의 묘는 발휘하지 않는다.
문석 선배와 판판판을 나눠 쓸 당시, 선배와 나는 ‘판판판을 없애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유는 다른 게 없다. 그냥 쓰기가 힘들어서다. 매주 뉴스와 포커스쪽과 구별되는 아이템을 찾는 게 버거웠다. 스트레이트 형식이 아니라 나름 칼럼스럽게 보여야 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냥 뉴스처럼 쓰는 게 제일 편하겠다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석 선배가 편집장 자리에 올랐다. 편집장이 된 문석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말이지, 쓰다 보니 나름 재미가 있는 것 같아.” 결국, 지금은 이영진 선배와 나눠 쓰고 있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법이다.
어차피 써야 할 운명이라면, 좀 재밌게 쓰고 싶다. 영화계에서 일어나는 핵심적인 사안 외에도 사소하지만 생각할 거리가 있는 아이템들을 찾고 싶은데, 또 매주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2010년 1월부터 지금까지 쓴 판판판을 세어봤다. 문석 선배와 영진 선배와 내가 쓴 걸 포함해 지난주까지 총 9개다. 그리고 그중에 6개의 아이템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나왔다. 지면을 채울 거리가 끊이지 않는 건 좋지만, 이건 좀 너무하다. 쓰는 입장에서도 사실 지겹다. 아마도 내 게으름 때문일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아니,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 다음주는 내가 쓸 차례다. 설마 또 영진위 이야기를 쓰게 될까? 아니면 지면이 넘쳐나서 한주를 건너뛰는 행운이 올까? 계속 영진위 이야기를 쓰다간 코너명을 ‘이주의 영진위’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아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