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나무 잎새 사이 고요히 틈을 비집은 빛이 수줍은 소녀에게 머물다. 2009.1. 프놈펜, 임종진
풍경을 바라만 보다가,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한겨레> 사진기자 출신 사진작가 임종진도 그중 한명이었다. 2004년부터 캄보디아를 지원하는 NGO단체 JSC(Jesuit Service Cambodia)와의 인연으로 캄보디아를 종종 찾았던 그는 2008년 가을,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무료 사진관을 차렸다. 임종진의 세 번째 개인전 <Cambodia-흙, 물, 바람>은 캄보디아에서 머물렀던 그 15개월의 기록이다. 휠체어 경주를 벌이는 소년들, 수줍게 웃는 소녀, 낮술에 붉어진 얼굴의 할아버지가 작가의 사진에 담겼다. 모두 큰 기교를 부리지 않은, 전형적인 다큐멘터리 사진들이다.
그러나 그저 ‘기록사진’으로 규정짓기에 이 사진들은 어딘가 다른 지점이 있다. 그건 바로 친근감이 아닐까 싶다. 이방인이 아닌, 동료나 친구에게 지어 보이는 표정들이 임종진의 사진 속에는 있다. 스스로 풍경 안에 몸을 담고, 그 일부가 되어버린 사람이 아니고서는 담을 수 없는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건 교감, 이라는 교훈을 일깨우는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사진 60여점이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