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겨울, 검정치마의 데뷔앨범 <<201>>은 인디 록 팬들에게 꽤 충격적인 선물이었다. 한국보다 미국 인디 록 감수성에 가깝다는 점에서, 또한 막 뜨던 레이블 루비살롱의 신선한 카탈로그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그랬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아트워크나 음질과 상관없이 이 앨범을 좋아했다.
그런데 <<201>>이 리마스터링되어 발매되었다. 이제 고민이다. 2년 동안 질리게 들었는데 또 사야 할까? 보너스트랙 3곡이 과연 그럴 가치가 있나? 난 사실 ‘막귀’인데 리마스터링 앨범까지 사야 할까! 같은 앨범을 두장이나 소장할 만큼 검정치마의 광팬도 아니잖아?! 맞다, 당연한 고민인데 새 앨범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음질은 당연히 더 좋(게 들리)고 커버 디자인부터 속지, 심지어 폰트까지 ‘메이저스럽’ 게 달라졌다. 그게 구매 포인트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정말 사소한 차이에 눈이 간다. 지난번엔 5줄로 빽빽했던 ‘고마운 분들’의 첫마디는 ‘부모님’이었다. 이번엔 단 한줄로 줄었는데 첫 단어가 ‘fans’다. 요컨대 이 리마스터링 버전은 검정치마를 ‘좋아해준’ 팬들이 만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