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자이그너는 (최근 30여년 전 성추행 사건으로 체포된)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자 배우다. 영화광들이라면 폴란스키의 <비터문>에서 온몸으로 색정을 발산하던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다. 1985년 장 뤽 고다르의 <탐정>(Detective)으로 데뷔한 그녀는 솔직히, 연기력이 좀 엉망이긴 하다. 최근작인 다리오 아르젠토의 <지알로>에서 그녀의 연기는 정말로 눈뜨고 보지 못할 지경이었다.
다만 그녀의 가냘프고 새된 목소리는 참 묘한 데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불어 음반인 ≪Dingue(Crazy)≫를 내놨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제인 버킨의 후예’. 가창력이 아니라 프랑스적인 섹시함을 떨리는 목소리에 실어서 듣는 이를 유혹한다(특히 자신의 이름을 딴 <Emmanuelle>은 딱 제인 버킨 희대의 히트곡 <Yesterday Yes A Day>다!). 로만 폴란스키가 직접 피처링에 참여했다. 이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명임에 틀림없는 남자는 <Qui Etes-Vous?>에서 근사하게 내레이션을 깔아댄다. 세르주 갱스부르라는 천재 난봉꾼이 섹시한 여자들과 녹음실에서 오르가슴을 녹음하던 시절이 그리운 샹송팬들을 위한 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