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즈는 일종의 농담이었다. 블러의 데이먼 알반과 카투니스트 제이미 휴렛이 만들어낸 이 가상밴드는 데이먼 알반의 다소 괴상한 사이드 프로젝트이면서도 완전히 독립적인 밴드처럼 보였다. 중요한 건 어쨌든 이 농담 같은 밴드가 팝과 하위문화, 테크놀로지와 장르적 하이브리드에 한획을 그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5년 만의 앨범 <<Plastic Beach>>는 가상현실 속 밴드를 위한 일종의 사운드트랙이다.
고릴라즈의 리더(이자 깡패)인 머독이 빚더미에 깔렸다는 설정에서 출발해 구글어스에도 나오지 않는 쓰레기 섬 ‘플라스틱 비치’ 지하실에 2D를 감금해 녹음했다고 주장하는 이 앨범은 나른함과 신비함, 멜랑콜리함과 위기감이 공존하는 사운드로 가득하다. 루 리드, 스눕 독, 드 라 솔, 그리고 클래시의 믹 존스와 폴 시모논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트랙 중에서 <Stylo>의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되었는데 여기선 브루스 윌리스가 출연해 고릴라즈의 3D 멤버들과 카 체이싱을 벌인다. 음악과 테크놀로지가 만나 어떻게 정교한 엔터테인먼트로 발전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