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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여성 포크의 안락함을 느껴봐

<<소요>> 시와 / 사운드니에바 발매

봄비에 어울릴 지수 ★★★★ 홍대파 애정 지수 ★★★★

‘시와’라는 이름이 아마도 낯설 것이다. 2년 전에 EP를 발표한 뒤 주로 공연장에서 활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 시와의 팬은 은근히 넓고 두텁다. 부연하자면 그녀에 대한 키워드는 포크, 어쿠스틱, 홍대 앞, 여성 싱어송라이터 등이 적절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년 전에 발표한 데뷔 EP <<시와>>의 인상이 꽤 강렬했던 걸로 기억한다. 사운드나 이미지가 아니라 단출한 코드와 타고난 목소리의 호소력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시와의 정규 앨범 <<소요>>는 그로부터 2년 만에 발매되었다. 이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을 포함해 12곡이 실렸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가 주도하는 가운데 노영심 혹은 이자람과 닮은 듯한 목소리가 조심스럽고 상냥하게 노래를 쓸어담는다. 자기고백적인, 사색적인, 자조적인 뭐 이런 키워드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전형적인 여성 포크 음악이다. 그런데 창작에 있어서 전형성은 일종의 설탕이다. 모자라도 문제지만 지나치면 더 문제다. 성공한 창작은 이 함정을 잘 피한 결과란 점에서 <<소요>>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앨범은 오지은이 대표로 있는 사운드니에바에서 제작되었다. 프로듀싱도 오지은이 맡았는데 언젠가 인터뷰에서 그녀는 시와에 대해 언급하며 “사람들은 왜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나쁘게 보는가”라고 반문한 적이 있다. <<소요>>는 그 반문을 설득력있게 지탱한다. 낮게 흐르다가 후반부에야 도약하는 인상적인 멜로디의 <작은 씨>부터 친숙한 구성의 피아노 연주에 끼어드는 첼로가 잔 파문을 일으키는 <아주 작게만 보이더라도>, 미디 사운드와 전기기타가 가세해 앨범에서 가장 버라이어티한 구성을 가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를 비롯해 피아노 연주로만 진행되는 <굿바이>에 이르기까지 ‘여성 음악가의 사색적인 음악’에 우리가 관습적으로 기대하는 전형성이 안락하게 흐른다. 다만 그게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전형적인 코드들이 어쿠스틱 악기와 목소리의 본래 기능을 살리려고 복무한다는 사실이 <<소요>>를 인상적으로 만든다. 쓸쓸하면서도 향수어린 노래가 환기하는 정서, 일종의 위로 혹은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특히 권할 만하다. 더불어 ‘시와’라는 이 낯선 이름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