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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의 道] 어쩌자고 이러냐능!

<평행이론> 나쁜 놈 후보군, 문제있네

J. F. 케네디와 링컨의 인생 스펙이 완벽히 일치한다는 놀라운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스러운 예고편을 내보냄으로써 링컨과 케네디의 환생들이 한반도에서 벌이는 대권 도전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필자에게만 자아냈던 <평행이론>이, 두 인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또 하나의 ‘알고 보니 얘가 범인’ 무비라는 것이 밝혀진 현재, ‘떠버리가 범인이다!’ 또는 ‘브루스가 유령이다!’ 등의 언급을 삼가는 것이 영화 본 자의 마땅한 도리 되겠으나, 그거 좀 얘기한다고 해서 당 영화의 희박한 재미가 딱히 스포일러 될 것 같지도 않을 것 같다는 판단하에 당 칼럼, 오늘은 <평행이론>의 나쁜 놈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그래도 범인 알고 싶지 않은 분께선 여기서 그만 읽으시면 되겠고.

<해운대> 박사님처럼 낭랑한 국어책 낭독 브리핑을 해주고 있음에도, 뭐가 뭔지, 누가 누군지, 어떤 사연으로다가 나쁜 놈으로 지목됐는지 등등을 매우 알아먹기 어려운 당 영화의 나쁜 놈 후보군은, 무려 여덟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주인공인 판사의 판결에 불만을 품고 협박을 일삼는 ①장발청년, 그 장발을 쫓는 주인공의 연수원 동기 ②검사, 모종의 사연을 품고 초야에 묻혀 사는 ③경찰, 어딘지 뒤가 구려 보이는 ④장인어른, 장인어른과 구린 관계가 있어 보이는 ⑤법원장, 너무 착해서 오히려 더 범인스러워 보이는 주인공의 ⑥후배, 그 후배랑 뭔가가 있는 듯한 주인공의 ⑦아내, 그리고 절대 범인일 수 없을 것 같음으로써 오히려 범인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는 주인공의 ⑧어린 딸.

그러나 등장인물의 8할 이상을 차지하는 이 거대한 나쁜 놈 후보들의 화려무쌍한 ‘나쁜 놈 돌려막기’를 지켜보는 내내, 필자의 머리를 지배하고 있던 불길한 예감은 따로이 있었더랬으니, 그것은 ⑧번 용의자보다도 더더욱 범인일 수 없을 것 같은 유일한 한명, 즉 필사적으로 범인을 추적하던 당 영화의 주인공에 대한 것이었다. 혹시 당 영화는 <유주얼 서스펙트>부터 <식스 센스>를 거쳐 <아이덴티티>까지 이르는 각종 반전 무비들로 반복 학습된 관객이, 이유와 배경을 막론하고 1순위 범인으로 의심하고 들어가는 주인공(또는 작중화자)을 범인으로 설정하는 진부하기 짝이 없는 우를 범한 것일까. 설마.

하지만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라는 왕년 히트곡 가사처럼 당 영화는 기어이 막판에 이르러 주인공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나조차도 너무 놀랍다는 듯 고백하고 만다. 편리해 마지않게도 주인공의 기억을 선별적으로 지워준 최첨단 맞춤형 기억상실 유발 약품도 수줍게 소개해 올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평행이론>은, 경지에 오른 나쁜 놈일수록 장황하거나 요란치 아니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우며 단순하다는 道를 망각한 채, 범인 및 범인후보들로 야구팀 한팀을 기어이 창단해내고야 말았던 것이다. 기억하라. 요란한 나쁜 놈일수록 내용 없다는 것을. 전문성은 말할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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