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무렵엔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질 거라고 기대하지만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사는 게 시시해지는 나이다. 그래서 별거 없는 연애(혹은 그 남자)에 그렇게 목을 매는지도 모른다. 맞다, 여자에 한해서 말이다. 그 또래의 남자들은 보통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른 채 술에 절어 소리만 질러대니까. 에미 더 그레이트, 요컨대 ‘황제 에미’가 부르는 노래는 20대를 위한 괜찮은 BGM이다. 사방이 꽉 막힌 듯 충만하다기보다는 어딘가 휑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어쿠스틱 앨범인데 소박한 공간감의 멜로디와 달리 노랫말은 꽤 시니컬하다. “너한테 전화했던 건 빌린 돈이나 갚으란 게 아니었어. 야, 사실은 돈이고 뭐고 넌 지금 애 이름을 골라야 해.”(<We Almost Had A Baby>) 정도로 인상적인 노래들.
1984년에 홍콩에서 태어나고 런던에서 성장한 이 여자 싱어송라이터는 자기 이름에 ‘더 그레이트’를 집어넣을 만큼 괴상하고 커버의 자기 얼굴을 찢어놓을 정도로 비뚤어졌다. 그런데 다들 조금씩은 삐뚤어진 채 살아가지 않나. 그래서 앨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First Love≫라니, 세상만사 짜증만발인 소녀들을 위한 앨범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