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멜로디가 일단 귀를 사로잡는다. 정체를 살펴보면 노르웨이 밴드다. 딜란 몬데그린은 싱어송라이터 뵈르게 시르네이스의 원맨밴드로, 2007년에 데뷔했다. 그 사이에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쪽 동네에서 입지를 단단히 다졌는데 상냥한(그야말로 이것은 착한 청년의 목소리) 음악을 듣고 있으면 그 사실이 충분히 납득된다.
누구라도 좋아할 음악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은 좋아할 만한 음악이다. 현악 세션을 비롯해 기타와 색소폰 같은 다양한 악기가 만드는 멜로디가 겹겹이 쌓여 마치 항공 담요를 두른 듯 따뜻한 느낌이다. 여름에도 입김이 나오는 나라에서 나온 음악치곤 너무 따뜻하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감정 과잉은 아니다. 사려 깊은 멜로디가 만드는 멜랑콜리한 감상의 수위를 적절히 조절하는 건 아무래도 재능이란 생각도 든다. 봄이 되기 직전의 흐린 하늘, 우울한 기운에 심신이 녹다운된 날엔 <Wishing Well>과 <Girl In Grass>를, 일도 그만두고 정처없이 세상을 떠돌아볼까 뭐 그런 망상에 사로잡힌 날엔 <Say It Isn’t So>와 <Something To Dream On>을 권한다. 어느 쪽이든 도움은 안되겠지만 적어도 이 음악을 듣는 동안 다른 생각은 안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