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모어 징크스 예상 지수 ★ 들으면 눈물날 지수 ★★★★
코린 베일리 래의 새 앨범 <<The Sea>>에 붙은 스티커에는 ‘그녀, 상실의 슬픔을 딛고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하다’라고 쓰여 있다. 2006년 데뷔 앨범 <<Corinne Bailey Rae>>로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함께 2006년의 스타가 된 그녀에게 비극이 닥친 건 2008년 3월. 남편 제이슨 래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이 사고로 코린 베일리 래는 음악활동을 접었다. 그 시기가 마침 데뷔 2년차에 으레 갖는 휴지기와 맞물렸기 때문에 그녀의 부재는 일반적인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물론 재기 여부를 걱정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완전히 사라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삶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앨범 홍보의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고…’가 환기하는 건 관습적인 예술론이다. 개인적 슬픔을 보편적 작품으로 승화한 예술이라는 맥락으로 감정에 호소한다. 물론 이런 거리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죽음을 경험한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감상하는 데 큰 도움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무용한 건 아니다. 첫곡 <Are You Here?>부터 부재와 상실에 대해 더 깊고 냉정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싱글 <I’d Do It All Again>과 <I Would Like To Call It Beauty>처럼 복잡하고 애매한 박자와 보컬의 미묘한 끌림이 만드는 그루브로 독특한 정서를 얻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솔과 포크, 인디 록과 재즈 팝의 관습이 조금씩 비틀어지고 반영되는데 그게 그녀의 경험과 맞물린 것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구나 고통을 경험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얻는다. 타인들은 그걸 극복하라고 격려하지만 사실 그게 어떻게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어제까지 울던 친구가 오늘 웃는다고 상처가 사라질 리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삶이 지속된다는 건 사실이다. 삶은, 어쨌든 지속된다. 그게 삶의 긍정적인 면이자 끔찍한 면이다. 삶의, 빌어먹을 속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쨌든, 이다. 그래서 우리는 하던 걸 계속한다. 상처와 슬픔은, 그냥 내버려둔 채 끌어안고 간다. 우리는 코린 베일리 래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그녀가 하던 걸 계속, 잘하고 있다는 것만 안다. 타인의 이해란, 겨우 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