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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피플] 죽음과 신념을 보다
장영엽 2010-02-18

<볼프강 욥 개인전: Death and Faith>/3월6일까지/마이클 슐츠 갤러리 02-546-7955

, 2009, Hand embroidery on batiste, 245x150cm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시즌1을 본방 사수하며 열심히 챙겨봤고 시즌2 역시 그렇게 챙길 것 같다. 런웨이 시리즈의 열혈팬으로서 새 시즌이 시작할 때마다 치르는 의식이 있는데, 응원할 디자이너를 첫 에피소드에서 점찍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 응원할 디자이너를 감히 커밍아웃해보자면 그건 바로 윤세나다. 시즌2의 첫 에피소드에서 히피풍의 머리띠를 두르고 나타난 이 아가씨는 재활용 옷으로 기모노식 소매를 활용할 수 있는 비행사풍의 점퍼를 뚝딱 만들어냈다. 물론 늘 생글거리는 얼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온몸으로 표출해내는 명랑소녀적인 성품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것보다는 예술과 디자인을 경계지어 생각하지 않는 그녀의 마인드에 더 끌렸던 것 같다(이렇게까지 커밍아웃을 해버리니 앞으로 정말 잘 챙겨봐야겠다는 수상한 책임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윤세나 파이팅!’을 외치며 함께 언급하고 싶은 디자이너/예술가는 볼프강 욥이다.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브랜드 ‘JOOP!’(이라고 쓰고 ‘욥!’이라고 읽는다)을 런칭하고 현재는 분더킨트(WUNDERKIND)라는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그는 “독일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는 디자이너”(<뉴욕타임스>)로 평가받는다. 그 평가와 더불어 잘생긴(조금은 느끼한) 독일 남자의 전형적인 미모를 보여주는 볼프강 욥은 2009년부터 순수예술에 도전하며 예술가로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2월5일부터 마이클 슐츠 갤러리 서울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린다. 주제는 죽음과 신념(Death and Faith). 지난 2009년 로스톡 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 중 18점을 소개하는 자리다. 무거운 느낌의 주제를 담아내는 그릇은 낭만적인 주체들이다. 직물 시리즈 <영원한 사랑>에서 욥은 화관을 쓴 신부의 얼굴에서 죽음의 이미지를 읽는다. 조각 시리즈 <황혼에서 여명까지>에는 비애의 표정으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천사가 등장한다. 묵직한 주제에서 특유의 낭만을 찾아낼 줄 아는 통찰력은 디자이너로서의 특기이기도 할 것이다. 특히 직물 시리즈에서는 평소 볼프강 욥이 자신의 브랜드에 즐겨 사용하는 에스닉한 무늬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