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샤를롯 갱스부르는 프렌치 팝의 공주나 패션계에 프렌치 시크라는 걸 퍼뜨린 패셔니스타 정도로 재미없게 살아왔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연기는 뒷전인데 케이블 패션 프로그램 패널로 나오는 건 좋아죽는 몇몇 한국 여배우들이 우상으로 샤를롯을 꼽을 때마다 속으로 생각했다. 웃기고 자빠졌네. 언젠가는 샤를롯이 한국 패셔니스타들이나 값싸게 입에 올리지 않을 뭔가를 좀 보여줬으면 했는데, 마침내 그녀는 해냈다. 지난해 그녀가 벌인 일들은 아버지 세르주 갱스부르의 똘기를 쏙 빼닮았다. <안티 크라이스트>에서 성기 노출은 물론 남의 성기를 짓이기는 연기로 칸 여우주연상을 받은 샤를롯은 3년 만에 새 앨범도 냈는데, 심지어 그녀 최고의 앨범이라 할 만하다. 타이틀인 ‘IRM’은 병원 가면 찍는 MRI의 프랑스식 표현으로 2007년 수상스키 사고로 MRI를 찍으며 들었던 기묘한 기계음이 영감이 됐단다. 거기에다 벡(Beck)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일렉트로니카와 속삭이는 프렌치 팝과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결합이 프렌치 시크 패셔니스타의 아우라와 합쳐진 걸 한번 상상해보라. 그게 ≪IR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