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2월28일까지 (월요일, 2월16일 쉼)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출연 인순이, 최정원, 옥주현, 남경주, 김경선 문의 02-577-1987
재즈 감성 지수 ★★★★★ 배우 감성 지수 ★★★★★
10년이다. 2000년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매해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시카고>. 2010 <시카고>는 캐스팅부터 ‘내공 100단’이다. 2000년 초연 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순이가 벨마 켈리 역을 맡아 열연한다. 초연 당시 깜찍 발랄한 록시 하트를, 2007년 공연에서는 벨마를 맡았던 최정원이 인순이와 함께 올해 벨마에 더블캐스팅되었다. 옥주현은 2007년부터 4년째 록시 하트 역으로, 남경주는 2008년에 이어 올해에도 빌리 플린 역을 맡았다. 여기에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이 내한해 연출과 안무를 도왔다.
<시카고>는 <피핀> <스위트 채러티> 등 뮤지컬과 영화 <올 댓 재즈>로 미국적인 무대 언어를 창조해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신화 밥 포시의 1975년 대표작이다. 영화팬들에게는 <나인>의 롭 마셜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기본 이야기는 동일하다. 무대장치와 배우들의 연기를 스크린과 뮤지컬 무대를 비교하면서 보는 맛도 색다른 재미다.
뮤지컬 <시카고>는 재즈 선율이 농염하게 흐르고 벨마 역을 맡은 인순이의 관능적인 춤과 노래로 시작된다. 나이를 잊게 만드는 그녀의 힘과 열정의 무대에 감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월 공연부터는 아쉽지만 인순이를 무대에서 만날 수 없게 됐다. 자신의 카네기홀 공연을 위해 지난 1월31일을 마지막으로 하차했기 때문이다. 옥주현의 표현력도 대단하다. 2008년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의 여우주연상 수상이 괜한 공치사가 아님을 증명한다. 사다리 위에서 자신의 죄를 대신하는 남편을 향해 사랑을 속삭이다가 자신의 죄를 털어놓는 남편에게 광분하는 장면, 그리고 빌리의 복화술에 맞춰 꼭두각시 인형처럼 입을 뻥긋거리는 장면. 이걸 보고도 누가 ‘무대 나들이’라고 가볍게 말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제 배우의 길에 올라서 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의 시카고라는 배경에서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화려한 무대 장치는 없다. 세트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14인조 재즈밴드를 무대 중앙에 위치시켰다. 무대가 단순하다고 해서 관객이 극에 집중하는 데 모자람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