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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의 道] 먹튀녀라고? 그게 어때서?

<500일의 썸머>

당 칼럼은 지난 <뉴문> 편에서 ‘벨라’를 사랑의 먹튀녀로 거론한 바 있다. 그러나 사실 연애에 있어서는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른 건 없다는 것이 평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처음부터 확고부동하게 ‘넌 아니야’를 밝히지 않은 점이나, 단물 실컷 뽑아먹은 뒤 상황이 변하자 오히려 상대를 적대시하는 등 벨라의 행태는 다분히 나쁜 놈스런 것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러한 먹튀 행위도 다 늑대소년 ‘제이콥’의 불나방 행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는 벨라가 오리지널 그이 ‘에드워드’의 품으로 돌아간 뒤조차 “난 널 절대로 포기 안 해” 등의 대사를 날리는 제이콥의 안타까운 모습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시종일관 그러한 안타까운 놈의 시점에서 ‘나 이렇게 당했어요’를 울부짖는 무비 <500일의 썸머>는 기본적으로 당 칼럼에서 취급될 수 없는 영화다. 흔히들 당 영화의 여주인공 ‘썸머’처럼 “우리는 친구 사이”를 읊조리면서도 각종 연애행각 다 펼치는 존재를 나쁜 놈/년이라 통칭하고 있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차임을 당한 쪽의 심적 고통에 기반한 주관적 평가일 뿐 정통 나쁜 놈 감별법에 의거한 엄밀한 분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더불어 썸머에 의해 처절히 청춘을 유린당했다 주장하고 있는 남주인공 ‘톰’ 역시, 애초부터 썸머가 “나는 심각한 관계는 싫어”라는 의사를 밝힐 당시 이에 흔쾌히 동의, 그녀에게 상당 수준의 정서적 포만감을 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우리는 기타 등등 할 거 다 하는데 왜 친구냐”며 강력 항의하는 등의 안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는 바,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도 영양가 있지도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썸머의 사정권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나마 그러한 해결책을 취한 톰의 결단은, 시원찮은 당 영화의 영양가를 그나마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혹, 이렇게 물으시려는가? 댁은 남성임에도 어째서 사랑의 먹튀녀를 싸고 도는 취지의 발언을 일삼냐고?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 누구라도, 톰 같은 일을 겪으면 세상 그 어떤 위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고통을 끌어안은 채 얼마간 떽데굴 구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감내하게 한 상대를 나쁜 놈/년이라며 원망하고 비난하고픈 심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당한 자의 주관적 감정일 뿐 나쁜 놈의 道가 규정하고 있는 법리적 근거에 입각한 판단은 아니다. 이미 전술한 바와 같이 나쁜 놈의 道로 미루어 판단할 때, 썸머는 나쁜 놈으로 분류될 수 없다. 따라서 당 칼럼은 썸머에 대해 무죄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생각해보라. 내 맘에 안 들면 다 나쁜 놈, 내 맘에 들면 다 좋은 놈, 매번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 500일 미만 영유아도 아니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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