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메이어(의 목소리)는 부드럽다. 종종 낭만적으로 들리기도 하는데 아마도 그게 존 메이어가 록과 팝의 경계에서 장수하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 그는 유난히 멜랑콜리하다. 연애와 실연을 아우르는 ‘사랑을 전쟁에 비유한’ 앨범 제목 <Battle Studies>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는 어덜트 컨템포러리의 스타일로 자전적인 이야기와 음악적 뿌리를 몽땅 끌어안는다.
얼마 전 인터뷰에서 그는 “어느 특정 시기를 대표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나 가장 많이 불리는, 들리는, 소비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솔로 기타리스트였다. <Heartbreak Warfare>의 순한 멜로디로부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코러스가 포함된 <Half Of My Life> <Perfectly Lonely>의 관조를 지나 로버트 존슨의 블루스 클래식을 리메이크한 <Crossroad>까지 그는 탁월한 감각과 능숙한 연주를 뽐낸다. 이를테면 존 메이어는 신뢰할 만한 이름이고 <Battle Studies>는 충분히 그 이름값을 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