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칼럼 어떻게 써요?” 지난주에 오픈칼럼을 썼던 장영엽 기자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오픈하시면 돼요”였다. 그래서 뭘 열어 보일까 생각해보니 역시 갑자기 <씨네21> 편집팀에 합류하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하는 게 가장 솔직하지 싶었다. 물론 지금 나에게 가장 쓰기 쉬운 글감이기도 하다.
지난 2년 가까이 만화책과 만화잡지를 만들었다. <씨네21>의 형제 매체인 <팝툰>에 있었다. <씨네21>을 정말 열심히 정독하는 독자라면 2~3주에 한번씩 나오는 ‘스크롤잇’이라는 짧은 글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내 이름이 몇번 나왔다(<팝툰>에 있을 때는 적지만 원고료를 받았는데, 이젠 그것도 없구나~). 만화 만드는 일은 재밌었다. 첫 출근 하는 날 윤태호 작가와 밤새 술 마시는 자리에 따라갔었다. 김진태 작가와도 밤새 술을 마셨고, 김태권 작가가 공동으로 경영하는 북카페에서도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175cm의 미녀인 기선 작가와도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그리고 마감을 끝내면 늘 선배들과 술을 마셨다. 왜 술을 마신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지만(?) <팝툰>에서는 즐거운 일들이 많았다.
즐겁게 일은 했는데 일을 잘하지는 못했던 것인지 <팝툰>은 2월호를 내고 휴간하기로 했다. 자체적인 판단으로 잉여인력인 나는 잘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언뜻 스쳤다. 평소에 지각도 잦았으니…. 그런데 마침 <씨네21>에서 인력이 부족하게 되었고, 그 자리를 메우게 되었다.
<씨네21>로 자리를 옮기라는 말을 전해 듣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밀려왔다. 동생한테 <씨네21>로 가게 되었다고 했더니 대뜸 “너, 영화 잘 모르잖아”라고 한다. 그렇다. 영화 잘 모른다. 딱 남들 보는 만큼만 봤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동생이 2년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 <팝툰>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하니 “너, 만화 잘 모르잖아”라고 했던 것이다. 그래도 2년 동안 만화책 만들면서 잘 버텼다. 그러니까 모르는 건 배우면 된다. 대신 열심히 배워야 할 듯.
2009년의 마지막 주부터 <씨네21> 마감에 투입됐다. 이제 세 번째 마감이다. 여전히 모르는 게 많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다. 갈 길이 멀다. 오픈은 많이 했는데 재미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