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들이 디지털 진지를 만들었다. 이름은 인디플러그(, 3월 중순부터 서비스 시작)다. 공덕동에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만든 지 벌써 6개월이 됐다. 3월부터는 독립영화 다운로드 등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웹, 와이브로, IPTV 등에 독립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독립영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 독립영화인들의 커뮤니티 형성도 꾀하고 있다. 수요일에 한번씩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요가를 한다는데, 사이트를 오픈하면 이같은 호사도 ‘쫑’ 아닐까. 고영재 대표와 한배를 탄 최영준(신규사업), 김정석(배급), 김지희(기술개발), 조수빈(홍보·마케팅) 등 인디플러그 식구들을 만났다.
-이력이 다양하다고 들었다. 최영준 이사는…. =(최영준) 아, 그것만은 제발. 독립영화 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 고영재 대표와는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선후배 사이다. 인천에 있는 노동자영상패 ‘씨’에서 상근자 생활을 7~8년 했다. 인디플러그를 만든다고 하기에 ‘꼭 써달라고 했다’. =(김정석) 고 대표와는 레스페스트, 영상미디어센터 일을 하면서 친하게 됐다. 지난해 3월에 <워낭소리> <똥파리> 공동체 상영 일을 맡은 뒤로 쭉 같이 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은 한국독립영화협회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있어왔던 터라 관심이 많았다. =(김지희) 직장이 너무 많아서. 어린이집에서 교사 일도 했고.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가장 오래 일했다.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뭐 이런 관심을 최영준 이사와 많이 나누다가 결합했다. =(조수빈) 민중언론 ‘참세상’에서 취재기자였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취재원이었다.
-<워낭소리>의 흥행이 아니었다면 인디플러그 출범도 늦어졌을 텐데. =(김정석) 여유가 있을 때 해야 한다는 게 고영재 대표의 생각이긴 했다. 개인적으로 당장 디지털 플랫폼의 수익성 유무를 따지기보다 인디플러그를 통해 독립영화 시장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스튜디오 느림보 외에 인디스토리, 시네마 달, 키노아이 등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인디플러그에 참여하고 있다. 6개월 준비기간 동안 정한 원칙이 있다면. =(김정석) 사업계획을 발표한 게 지난해 8월이었는데 3개월 논의 끝에 웹하드에는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웹하드의 필터링 방식이나 수익 분배 시스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결국 유저릴을 용인하고, 웹하드를 활용하는 방식 대신 다소 폐쇄적이지만 합법적인 유통 방식을 택했다. 따라서 웹하드 등에 우리가 공급하지 않은 콘텐츠가 올라갈 경우에는 대응할 생각이다. 콘텐츠 제공에 있어 미니멈 개런티를 받고 콘텐츠 권한을 모두 떠넘기진 않겠다는 것이 또 다른 원칙이다. 현재로선 인디플러그 사이트 외에 영화진흥위원회의 공공온라인유통망인 코미(KOME)를 활용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마케팅이나 사이트 운영이 굉장히 중요해지는데. =(김지희) 단지 독립영화를 볼 수 있는 사이트로는 곤란하다. 일단 ‘인디 다이어리’ 같은 메뉴를 만들어서 독립영화 관련 행사 일정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독립영화 현장을 스케치한 콘텐츠들도 담을 예정이고. 고영재 PD가 독립영화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코너도 생각 중이다. 화창한 봄날 보고 싶은 영화라든지 하는 식의 테마로 단편 모음 상영전을 기획할 수도 있겠고. 그 밖에 제작 장비에 대한 정보 공유 코너, 오랫동안 소식을 알지 못했던 독립영화인과 회원들과의 번개팅 주선, 독립영화인들의 블로그 등을 끌어모아놓은 코너도 만들 생각이다. =(조수빈) 라인업이 확정되면 좀더 관심을 받을 것 같다. 어차피 저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내야 하는 만큼 시간날 때마다 개인 블로그를 최대한 꾸밀 계획이다. 유명 블로거가 되면 독립영화와 인디플러그에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올해 연말이면 축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좀더 꼼꼼한 마케팅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조금 이른 질문인 것 같긴 한데. 인디플러그가 구상하는 신사업이 있다면. =(최영준) 나는 주특기가 약해서 이것저것 잔소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긴 한데. 신규 사업으로 공교육이나 미디어센터 등과 같은 기관을 통해서 독립영화와 교육이 만나는 접점을 찾고 있다. 소규모 단체들이 영화를 상영하고 관람하는 활동을 지원할 계획도 있고. 아직 실적이 없어서 신규사업팀 형태지만. =(김정석) 관객이 기필코 찾아가서 봐야 하는 독립영화가 아니라 관객이 독립영화를 덜 수고스럽게 볼 수 있는 방안을 인디플러그를 통해 찾아봐야지. 신규 사업 또한 이 과정에서 나오지 않을까.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함께 요가를 배운다고 들었다. 어떤가. =(최영준) 동자승이 내려앉은 신통한 분이 1주일에 한번 오신다. 신앙심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조수빈) 요가할 몸이 전혀 아니라는 인신공격까지 당한다. =(김정석) 구르다 보면 바닥 청소는 확실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