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아이돌> 시즌8을 보다가 기절할 뻔했다. 사탕발림 같은 아이돌 리얼리티쇼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참가자가 조니 캐시의 노래를 프레디 머큐리풍으로 소화하고 있었다. 그것도 끝을 알 수 없는 카스트라로의 음역으로 말이다. 결국 시즌8의 준우승자로 결정된 이 기묘한 참가자의 이름이 바로 애덤 램버트다. 뒷이야기에 따르면 애덤 램버트가 우승을 놓친 이유는 게이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는 게 못마땅했던 보수적인 남부 할머니들의 표를 얻지 못해서란다. 차라리 다행이다. 애덤 램버트는 아이돌 쇼 우승자의 낙인을 찍기에는 아까운 엔터테이너니까 말이다.
데뷔 앨범 ≪For Your Entertainment≫ 역시 그러하다. 이건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신이 내놨다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한 엔터테인먼트다. 레이디 가가, 핑크, (심지어!) 뮤즈 같은 뮤지션들이 앞다투어 피처링에 참가한 이유를 한번 생각해보시라. 기묘할 정도의 과잉으로 넘치면서도 온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이 앨범은 눈을 감고 듣는 게 최고다. 벚꽃이 휘날리는 NHK 엔카 무대에서 딱 달라붙는 가죽 스키니를 걸치고 8옥타브로 노래하는 검은 마스카라의 남자를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