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입문서 지수 ★★★☆ 재즈 완성본 지수 ★★★★
얼마 전 노라 존스의 새 앨범을 들으면서 이것은 이제까지 노라 존스를 규정하던 키워드, 그러니까 ‘재지한 팝’이 아니라 ‘블루지한 록’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고 사실 그랬다. 작곡뿐 아니라 앨범의 프로듀서와 세션들도 재즈 음악가 대신 밴드의 세션들이 참여했으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노라 존스가 속한 레이블은 재즈의 명가 블루 노트다. 블루 노트가 노라 존스와 계약하던 2001년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노라 존스와 블루 노트의 정체성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지금은 시대의 변화에 영민하게(그리고 신중하게) 반응하는 레이블이라는 평을 받는다. 노라 존스 1집은 블루 노트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다.
2009년은 블루 노트의 창립 70주년이었다. 이 컬렉터스 에디션은 그걸 기념하는 이벤트다. 말이 70년이지 그야말로 한 세기에 가까운 시간을 한 회사가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족적을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변화와 위기를 겪으면서 선택과 집중을 실천하며 적응했다는 얘기다. 블루 노트의 역사는 재즈의 역사일 뿐 아니라 현대 대중음악 비즈니스에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블루 노트 사운드, 스타일뿐 아니라 재즈라는 장르를 이해하는 레이블의 태도가 블루 노트의 사업 전반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로 새로운 흐름에 주목한 1955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블루 노트는 ‘재즈=오래된 것’이 아니라 ‘재즈=현재진행형의 것’이란 관점을 지키고 있으며 박스 세트의 구성도 그에 부합한다. 소개 글은 충실하고 블루 노트를 대표하는, 그럼에도 국내에 널리 알려지지 않은 24장의 앨범도 팬들을 노린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컬렉터스 박스 세트는 한국에서만 발매되었다.
사실 재즈는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다. 음악평론가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뻔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모르는 걸 아는 체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대신 요즘에야 소소하게 재즈 듣는 재미가 생기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박스 세트는 개인적으로 ‘학습용’이기도 하다(이제는 음악을 공부하듯이 들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내 입장에서 그렇다. 반면 ‘재즈 좀 들어볼까?’라거나 ‘블루 노트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기에?’라거나 프리실리아 안이나 노라 존스를 통해 재즈를 접한 팬들에게 이 박스 세트는 일종의 가이드가 될 것이다. 25장짜리 박스 세트치고는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자, 함께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