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와 숫자들》은 동명 밴드의 데뷔 앨범이다. 9는 신성한 숫자 3에 다시 그 숫자를 곱한 수로서, 완전무결함과 영원을 나타내는 수이지만 그런 심오한 의미보다는 자연스러운 원이나 부드러운 ‘구’의 발음이 되고 싶은 작은 희망일 것이다. 제목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그리움의 숲>부터 공간의 감성을 드러내는 곡들이 인상적이다. “함께 걷던 좁은 길과 싱그러운 나무들과 재잘대던 작은 새들도 모두 떠날 것을 알지만 지금만큼은 내 곁에 좀더 머물러줬음 좋겠어”라고 노래하는 <삼청동에서>, “달님이 떠오르고 새들은 잠이 들고 바람이 멈추어서 꽃들은 시들어도 어쩐지 떠나지 않는 마음, 웬일인지 떠나지 않는 마음”이라 노래하는 <선유도의 아침>이 그렇다.
멤버는 ‘아톰북’의 이우진(키보드), ‘아일랜드 시티’의 엄상민(드럼), ‘로로스’의 최종민(기타), ‘로로스’의 김석(베이스)으로 구성돼 있다. <말해주세요>의 리드미컬한 기타팝과 앨범 중 유일하게 영어 가사로 부르는 <Sugar of My Life> 등은 감미롭게 귀를 감는다. <연날리기>의 한국적 사운드를 더하면 《9와 숫자들》은 부지런한 욕심으로 제작된 앨범이다. 5, 6, 7, 8 그렇게 이들은 어디까지 갔을까. 다음의 10을 기대하는 마음으로는 일찌감치 9에 다다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