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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혜] 그동안 스타를 도왔다면 이젠 철저하게 나를 돕겠다
문석 사진 오계옥 2010-01-15

15년 매니저 인생을 책으로 펴낸 박성혜 전 싸이더스HQ 본부장

박수칠 때 떠나라. 박성혜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좀처럼 따르기 힘든 이 삶의 계명을 지킨 본보기다. 싸이더스HQ의 콘텐츠 본부장으로서 250여명의 배우와 매니저들을 책임지던 그녀는 2008년 4월 홀연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박성혜가 누구던가. 김혜수, 전도연을 ‘배우’로 자리매김하게 한 결정적인 공헌자이자 지진희, 황정민, 하정우, 임수정, 공효진, 윤진서 등을 발굴해낸 스타 제조기이며 한국 최대 매니지먼트 업체의 2인자 아니었나. 하지만 박성혜는 파워풀한 권력, 높은 지위, 고액의 연봉을 내팽개친 채 낯선 곳으로 몸을 던졌다.

그랬던 그녀가 돌아왔다. 한때 자신이 던져버렸던 권력, 지위, 연봉을 되주워챙길 것이라는 세간의 예측과 달리 그녀는 달랑 책 한권만 든 채 한국으로 왔다. 그 책은 매니저로서의 15년을 포함해 40년 동안의 삶을 반추하는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씨네21북스 펴냄)이다. 자신과 깊은 인연을 맺었던 배우, 영화인, 방송인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매니저와 배우의 징글징글한 애증관계, 나아가 매니지먼트 업계 진출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조언까지 담은 이 책은 그녀 인생의 ‘중간점검’이기도 하다.

- 한국에 언제 돌아왔나. = 지난해 5월에 돌아왔다. 미국에는 1년 정도 있었던 셈이다.

- 뉴욕에서는 뭘 하고 지냈는지. = 비자 유지 차원에서 랭귀지 스쿨을 다닌 것 말고는 그야말로 쉬고 노는 나날이었다. 뭐 이런 것도 있다. 뉴욕 바텐더 아카데미에서 바텐더 자격증을 땄다. 20분 동안 120가지의 칵테일을 만드는 실기시험을 통과했단 말이다. (웃음) 살사댄스도 배웠고 기타 레슨도 받았다. 거의 컴맹에 가까웠는데 독학으로 블로그까지 만들게 됐다.

- 1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것은 뭔가 구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데. = 뉴욕대에 SPCS(School of Continuing and Professional Studies)라고 해서 일반인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 좋은 게 많아서 듣고 오려 했는데 이 책을 쓰게 되면서 일이 꼬였다. 지난해 2월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는데 물가 비싼 뉴욕에서 만날 방에만 틀어박혀 책을 쓰는 게 돈낭비다 싶어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어떻게 쓰게 됐나. = 싸이더스HQ 시절, 이성욱 씨네21북스 편집장이 내 사무실에 놀러온 적이 있다. 그가 기업형 매니지먼트 비즈니스에 관한 내 석사 논문(홍익대 대학원 문화콘텐츠 과정)을 보고 매니지먼트에 관한 개론서를 써보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에세이도 한번 쓰자고 했는데 당시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뉴욕에 가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전 부인인 줄리아 카메론이 쓴 <아티스트 웨이>라는 책을 읽게 됐다. 각자의 내면에 있는 창조성을 끌어내는 방법을 일러주는 책인데, 매일 아침에 그 순간 의식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하는 ‘모닝페이퍼’를 쓰라는 거다. 또 모닝페이퍼의 겉장에는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의 이미지를 그리고 거기에 X자를 그리라는 구절도 있다. 그것을 매일 보면서 두려움을 극복하라는 말이었다. 뭘 그리지, 하면서 나도 뭔가를 그렸는데 그게 사람의 눈이었다. 대체 내가 왜 이것을 그렸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평생 남의 눈을 의식하면서 살았던 것 같더라. 그때 에세이를 내자는 제안을 거절했던 게 생각났다. 왜 거절했을까 돌이켜보니 이것도 남을 의식한 결과였다. ‘쟤가 무슨 책을 내’, 이런 시선을 받는 게 두려웠던 거다. 글을 쓰는 것도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 이 책은 15년 동안 활동한 업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더라. =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가장 큰 부분은 매니저라는 내 직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책에도 썼지만, 이건 화려해 보이지만 참으로 존재 가치가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원래 책 제목을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연예인 매니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면 ‘배우들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인데’라든가. (웃음)

- 너무 자조적인 제목인데. = 스스로 내 직업에 대해 자조적인 생각도 있었고, 이상한 콤플렉스도 많았다. 평소 그런 생각이 뭉쳐서, 이 세계가 싫어져서 떠났는데 모닝페이퍼를 쓰면서 정말 좋았던 것은 긍정적인 기억이 살아났다는 사실이다. 좋은 기억을 많이 환기시켜줘서 개인적으로 책 쓰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다.

- 책을 털었으니 이제 매니지먼트 업계로 돌아가는 것인가. = 아니다. 엉뚱한 일을 하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인디음악 세계로 가볼까 생각 중이다.

- 뭐라고? = 책에도 썼지만 원래 가수 매니저하는 줄 알고 시작한 일이 배우 매니저다. 그만큼 음악을 더 좋아한다. 뉴욕에서도 살던 동네 부근에 클럽이 있어서 늘 밴드들 공연하는 것을 보고 했는데 음악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더라. 그때가 내 나이 서른아홉에서 마흔으로 넘어갈 때였는데 고민을 많이 했다. 한국으로 가서 15년 동안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15년 전처럼 다른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인가 했는데 새로운 것을 찾은 느낌이었다. 지금은 홍대 앞에 자주 가서 그쪽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 대체 인디음악계에서 무슨 일을 하려는 생각인가. = 궁극적으로는 내 레이블을 갖고서 내가 좋아하는 밴드의 음반을 내고 싶다. 일단은 준비 중이다. 올해 2~3월쯤이면 뭔가 가시화될 것 같다. 아이돌 그룹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밴드들을 매니지먼트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들을 주류 가요계로 끌어올리려는 것도 아니다.

- 정말 매니지먼트 업계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나. = 지금은 그렇다. 어쨌든 15년 동안 해온 일이라 잘 정리해서 개론서를 써보고 싶다. 지금 변호사 한명, MBA 출신 한명과 함께 스터디를 하기로 했다. 한달에 두번씩 만나서 해외 자료도 파악하고 한국 사정도 분석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연구해보려고 한다. 한 1년 정도 차분히 파고들 생각이다. 어떤 솔루션이 나온다면 그것으로 책을 내려고 한다. 또 모르지. 그 솔루션이 정말 좋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매니지먼트에 뛰어들지도. (웃음)

박성혜는 패션업체 논노의 특별전략팀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입사 6개월 만에 회사가 망하면서 실업자 신세가 됐다. 한남동에서 술집 ‘알콜탱크’를 열었지만, 술 좋아하는 사장이 운영하는 술집이 잘될 리 없는 법. 그렇게 가게가 망해갈 즈음, 그녀는 논노 출신 선배의 연락을 받는다. 새한미디어가 만든 매니지먼트 업체 스타써치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김혜수, 신은경, 이재룡, 유호정, 최민식, 염정아 등이 소속된 스타써치의 공채 2기로 선발된 박성혜는 당대 톱스타 김혜수의 매니저를 맡게 된다. 그러나 입사한 지 수개월 만에 스타써치 또한 문을 닫는다. 그 뒤 김혜수의 개인 매니저와 신인급 연기자 3명의 개인 매니저를 거쳐 제화업체 에스콰이아가 만든 I.S 201에 들어간다. 회사는 다시 망했고 전도연의 개인 매니저를 맡은 뒤 사진작가이던 지진희를 꼬드겨 배우의 길을 걷게 했고, 김혜수와 재회했다. 그리고 삼부파이낸스를 거쳐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표방한 싸이더스(훗날 매니지먼트 부문이 싸이더스HQ로 독립)에 합류하게 된다.

- 당신이 매니지먼트 업계에 뛰어든 것은 1994년 스타써치 공채 2기로 선발되면서다. 매니지먼트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인가. = 그렇다. 나중에 만난 중학교 친구들이 그러더라. ‘넌 어릴 때의 꿈을 이뤘다’고. 내가 그때부터 ‘스타와 뭔가 일을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사실 가수를 봐도 백댄서가 보이곤 했다. ‘철이와 미애’의 미애가 MBC 무용단 출신이잖나. 나는 미애가 무대 뒤에서 한발씩 앞으로 나와 철이 옆으로 가는 과정을 다 지켜봤다. (웃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팝송을 들었고 대학 시절에는 영화 동아리, 사진 강좌에 참여했고 극단 산울림에도 잠시 있었는데 그런 다방면의 경험이 매니지먼트로 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 그러다 스타써치는 문을 닫았다.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는데, 김혜수의 개인 매니저를 하면서 업계에 잔류하기로 결정했다. = 스타써치는 한국 최초의 기업형 매니지먼트 업체였다. 황정욱 사장님은 이미 그때 라이선스라는 개념과 에이전트 이야기를 했으니까. 그렇게 산업의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는 어디 달리 갈 데가 없었다. (웃음) 또 이 일이 힘든 대신 오묘한 매력이 있더라.

- 이후 매니저로서의 선생은 김혜수였다고 책에 적었다. = 혜수씨가 나에게 매니저 일을 가르쳐줬다. 그때가 인턴 딱지를 막 뗐을 때였으니 정말 일에 관해서는 전혀 몰랐다. 혜수씨와는 처음에는 참 힘들었는데 우연치 않게 좋은 관계가 됐고, 그 이후로는 혜수씨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 뒤 15년 동안 친구처럼, 파트너처럼 잘 지내고 있다.

- 여기서 급질문 하나. 당신은 김혜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중 하나인데 유해진과 사귀는 줄 알았나. = (잠시 침묵) 결국 그 질문 하려고 나와 인터뷰하는 것인가.

- 아, 아니다. 그냥 관계를 알고 있었냐고…. = 꼭 답을 해야 하나. (잠시 침묵) 알고는 있었다.

- 그, 그럼, 둘이 어떻게…. = 흐음, 흠!

- 화제를 돌리는 편이…. 전도연과도 대단한 인연인 것 같다. 그녀 또한 당신의 선생 중 하나였던 것 같다. = 혜수씨가 나에게 매니저로서의 길을 열어준 친구라면 도연이는 그 길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스스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준 친구인 것 같다. 도연이는 성격이 굉장히 분명하다. 그래서 일을 띄엄띄엄할 수가 없다. 도연이는 정말 확실한 것을 원하는 친구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 해도 육하원칙에 입각해서 일목요연하게 말해줘야 ‘아 그렇구나’ 그런다. 그러려면 확인할 것도 많고 신경쓸 일도 많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결국 큰 공부가 됐다.

- 김혜수와 전도연, 둘이 성향이 매우 다르지 않나. = 아주 다르다. 초반에는 시상식 같은 게 있으면 누구 밴을 타고 가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다. (웃음) 둘이 워낙 다른 지점에 있는 배우들인데도 오래 가다보니 정이 드나보다. 지금은 서로에 대해 걱정해주고 한다. 청춘을 함께 보내서 그런지 정말 좋은 친구들이다.

- 매니저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배우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처지인데 전도연만이 유일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배우라고 했다. = 그렇게 써놓고 보니 혜수씨에게 미안하더라. (웃음) 정정하자면 ‘유일한’이라는 표현은 잘못이다. 혜수씨와 도연이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혜수씨와는 어른스러운 관계다. 15년 동안 단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다. 언성을 높이거나 감정적으로 대립한 적도 없다. 만나도 책이나 공연, 음악 뭐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 반면 도연이와는 감정적으로 함께 울고 웃고 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니까 희로애락을 같이 겪는 한국적인 관계랄까. 둘 다 내 모습 중 모르는 면이 있을 거다. 도연이는 내가 혜수씨와 나누는 대화 이런 건 모를 거다. 그리고 혜수씨는 내가 술 먹고 이러는 모습을 모를 거다. 혜수씨는 술을 안 좋아한다. 맛이 없다고 한다. 하긴, 얼마 전에는 ‘소주 맛을 알겠다’고 하더라만.

- (반짝!) 유해진과 사귀면서…? = 흠!

- 책에 따르면 전도연이 술 취한 당신을 구출해준 적도 있다고. = 나도 놀랐다. 그것도 배우가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그랬으니까. 그런 일화가 너무 많다. 언젠가 술을 함께 엄청 먹고 나를 업어서 바래다주다가 우리 집에 있던 강아지가 밖으로 뛰쳐나간 거다. 그래서 혼자서 정말 멀리까지 가서 잡아오기도 했다. (웃음)

- 타고난 인복의 소유자라고 자평한다. 지진희, 황정민, 임수정, 하정우, 그리고 수많은 다른 배우들까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던 게 다 복의 차원이라고 보나. = 진짜로 내게 인복은 있는 것 같다. 그건 어쩌면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건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는데, 엄마가 경영학을 전공해서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에서 고용해줬다. 엄마는 그 그룹 첫 여성 임원이 되기도 했다.

- 인복도 있겠지만, 당신이 배우를 감별하는 능력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닌가. = 배우들이 원하는 지점을 대충 알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만 조금 있으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배우의 입장에 서서 경력관리를 철저하게 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실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많은 부탁을 받는데, 들어준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래 함께한 배우들은 그것을 아는 것 같다. 일례로 우리 배우 중 3명을 데뷔시켜준 감독님이 계신다. 그분이 상황이 썩 좋지 않을 때 배우를 캐스팅해달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배우가 그 역할을 하는 건 아닌 듯싶었다. 결국 감독님 앞에서 울며 사정했다.

- 15년 동안 매니지먼트계에서 일했다. 가장 즐겁고 기뻤던 순간은 언제인가. = 어떤 작품을 결정하고 그게 좋은 반응을 얻었을 때가 아닐까. 그래서 상 받았을 때는 정말 기쁘다. 뉴욕에 있을 때 <미쓰 홍당무>로 상을 받은 공효진이 울면서 고맙다고 전화를 했다. 그럴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가 내 직업을 인정해줄 때도 기쁘다. 워낙 사회적으로 말이 많은 직업이니 말이다. 엄마는 지금 LA에 사시는데 지난해 찾아갔을 때 내가 나온 기사들을 다 스크랩해놓으셨더라.

-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은. = 주변인 취급받는 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내가 한 무리 안에 섞였다고 생각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또는 소외감? 내가 그런 면에 감각이 너무 발달해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배우와 매니저는 인간적으로 아무리 친해도 기본적으로 다른 입장일 수밖에 없다.

- 이 책에 적혔듯 아끼던 모 배우가 갑작스레 이별을 통고했을 때도 못지않았을 것 같다. 술에 취해서 청담동을 질주했다니. = 나는 기억 안 나는데, 우리 후배 매니저들이 나를 잡으러 다니느라 난리를 쳤다더라. 그날따라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어서. (웃음) 그 일 이후 한달을 쉬었다. 내가 집에 앉아서 혼잣말을 하고 있더라. “내가 왜 그날 그 얘기를 안 했지”, 뭐 이런 식으로. 약간 미친 것 같았다.

- 이젠 그를 이해하나. = 이제는 섭섭함 정도이지 예전 같은 정도는 아니다. 지금은 만나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만나서 이야기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책에서 그를 이해한다고 썼는데 뭐.

- 2008년에 일을 그만두고 뉴욕으로 떠난 데도 그 사건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 = 그렇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앞서 말한 주변인으로서 느끼는 정체성의 문제가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만두기 전 1~2년 동안은 근본적인 회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도 꺼렸는데 일종의 피해의식도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아는 척하고 친하게 지내려 하면 다 ‘어차피 다들 배우 섭외하려는 거잖아’ 하는 식의.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편협했다.

- 그렇게 쌓인 피로와 상처가 이제는 치유됐나. = 지금은 90% 정도는 된 것 같다.

- 한국 매니지먼트 업계는 또 다른 큰 변화를 맞고 있다. 현재 한국 매니지먼트 산업의 문제는 무엇이라고 파악하나. = 지나친 계약금으로 산업 자체가 존폐 위기를 맞는다는 점과 배우 매니지먼트만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음반의 경우는 발굴, 육성, 마케팅, 부가사업까지 전문성이 확립된 것 같은데 배우의 경우는 취약하다. 사실 우리도 전문성이 너무 없는 터라 계약금 때문에 회사를 옮기는 배우를 욕할 수 없다. 만약 계약금을 못 줘도 우리가 그 배우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면 옮기지 않았을 것 아닌가.

- 그럼에도 누군가가 매니저를 할지 고민한다면 할 만한 일이라고 말해주겠나. = 그렇다. 매니저라는 일은 결코 게으르거나 나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 사회에는 학력, 학연 같은 여러 가지 장벽이 있는데 매니저는 그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이 노력하기에 따라서 꿈을 이룰 수 있는 분야다. 이 비즈니스의 기본이 사람이다 보니 웬만한 직업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극과 극의 희로애락이 장난 아니다. 물론 5년차도 되지 않아 회의를 느낄 사람이라면 아예 도전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 뉴욕 생활과 이 책을 기점으로 인생의 2기를 열려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부터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 뉴욕에서 딱 한 가지만 생각하고 돌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겠다, 는 것이다. 그동안 누군가를 도와주는 직업을 너무 오래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내가 위주로, 내 입장에서 철저히 생각하고 결정할 거다. 이제는 내가 행복해지는 일을 하고 싶다.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스타를 부탁해>

“매니지먼트계의 빅마마, 박성혜가 털어놓는 엔터테인먼트의 진짜 세계”

가장 깊은 배우의 본질을 잡아내는 사람. 130명의 배우, 70명의 매니저를 이끈 초사령관. 30대 초반에 거대 연예기획사 싸이더스HQ 본부장에 오른 여걸 박성혜의 뜨거운 열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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