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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의 道] 대놓고 나쁘게 생긴 놈

<셜록 홈즈> 블랙우드 경

족보에도 없는 사냥 모자를 과감하게 벗겨버림으로써 나름의 정통성을 추구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닥 큰 감흥을 주지 못한 채 멋진 그림 잔치에 머물고 만 <셜록 홈즈>. 오늘도 본 칼럼은 그 밋밋함의 원인을 수석 나쁜 놈 ‘블랙우드 경’에게 찾음으로써 진정한 나쁜 놈의 道를 역추적하고자 한다.

이름에서부터 대놓고 나쁜 놈인 ‘블랙우드 경’은 비주얼에서 또한 노골성을 추구하는 바, 헬멧형 올 백, 마빡 돌출 혈관, 울부짖는 도끼눈 등등으로 대표되는 얘의 비주얼은, ‘야비한 사슴 눈’으로 요약될 수 있는 고품질 나쁜 놈 특유의 헷갈리는 비주얼(<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란다 대령’ 참조)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특히 나치 친위대 장교를 연상케 하는 그의 블랙 가죽 롱코트와 가죽 장갑은 안 그래도 진한 그의 비주얼을 더욱 진하게 강조해주는 바, 오히려 그의 비주얼은 ‘설마 저렇게 대놓고 나쁘게 생긴 애가 진짜 나쁜 놈이랴’는 생각을 품던 관객에게 본의 아닌 반전마저 선사한다. 필자 역시 걔가 진짜로 시종일관 끝까지 나쁜 놈일 줄은 설마 몰랐다.

뿐인가. 걔가 초반부터 주무기로 내세우는 중세 흑마술스런 퍼포먼스 역시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공포심을 안기는 데 실패했다. 왜냐. 당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셜록 홈스를 톡 까놓고 표방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셜록 홈스가 퇴마사나 박수무당 등등이 아니라는 걸 누구나 아는 마당에 그의 주적이 악마나 초능력자가 아닐 거라는 것 또한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무덤에서 다시 벌떡 솟구치고 어쩌고 저쩌고해도 무서워 보이거나 신비로워 보일 수가 없음인 거다.

그런데 혹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르겠다. ‘원래 원작의 나쁜 놈들도 대부분 대놓고 나쁜 놈처럼 생기지 않았는가’ 그리고 ‘원래 원작에도 흑마술을 사칭한 사기 행각을 벌이는 나쁜 놈들이 다수 나오지 않는가’.

맞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셜록 홈스 시리즈는 100년 전 소설이라는 점 말이다. 그리고 그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홈스의 스타일과 개성은 수많은 영화, 만화, 소설 등을 통해 끝없이 모방되고, 언급되고, 패러디돼왔다는 점 말이다. 그러므로 당 영화가 진정 재해석했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은 원작이 파고들고자 했던 바, 즉 나쁜 놈들과 그 밑바닥에 깔린 인간 심리였어야 했다. 홈스 및 나쁜 놈들의 패션이나 말투나 라이프스타일 등등의 껍데기가 아니고 말이다.

하여, 만일 당 영화가 막판에 은근슬쩍 흘리는 것처럼 ‘모리아티 교수’를 수석 나쁜 놈으로 내세운 2편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부디 이를 염두에 두길 바란다. 얄팍한 겉모양과 볼거리만으로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또한, 현재 각종 잡동사니들로 서울시내 전역을 순대 채우듯 채우는 주최쪽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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