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사에서 일했던 이들은 둥지를 떠나면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제작사를 차리곤 한다. ‘갑’이라 불리면서 ‘대접’받지만 ‘현장 영화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잖이 ‘따’당하는 상황이야말로 그들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제작자로 변신하는 이유가 아닐까. 마상준 전 쇼박스 한국영화팀장도 현장에서 함께 어울리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대우그룹의 영상사업부문 한국영화팀을 시작으로 백두대간, 쇼박스 등을 거치며 10년 넘게 영화수입, 투자 등의 업무를 맡아왔던 그 또한 “제작에 대한 관심은 영화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제작사가 아닌 서울필름스쿨이라는 교육기관을 차렸다. 2010년 1월18일 개원을 앞두고 바쁘게 뛰는 마상준 서울필름스쿨 대표를 만나 까닭을 물었다.
-투자배급사에서 일할 때와 가장 다른 점이 뭔가. =전화가 잘 안 온다. 쇼박스에 있을 때는 하루에 저녁만 두번 하고 술자리는 세번 가고 그랬는데. (웃음)
-쇼박스를 그만둔 때가 정확히 언제인가. =2007년 3월 말에 그만뒀다. 그 뒤에 쇼박스의 자회사인 제작사 모션101에서 1년 정도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2008년 4월에 정리하고 나왔다. 시간 정말 빨리 간다.
-서울필름스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모션101에서 나온 뒤 제작을 준비하다 MBC아카데미의 제안을 받았다. 이 공간(서울시 구로구 구로5동 신도림 테크노마트 6층)의 건물주가 프라임산업이다. MBC아카데미가 프라임산업의 공간을 임대한 뒤 재임대해서 종합엔터테인먼트 학원을 운영하려고 했던 것으로 안다. 그런데 제대로 이뤄지지가 않았고, 결국 새 파트너를 물색하던 중에 인연이 닿았다.
-서울필름스쿨이라고 이름 붙인 건 영화쪽만 특화해서 교육하겠다는 뜻인가. =현재 연기과정과 제작과정 수강생을 모집 중인데 영화쪽에 포커스를 두려고 한다. 과거 엔터테인먼트 학원일 때는 연기 외에 보컬반, 개그반, 모델반 등도 있었다고 하더라.
-연기나 제작 관련 교육기관은 서울필름스쿨 외에도 많지 않나. 대학에 관련 학부도 많고. =대학에서 연기는 대부분 연극 중심으로 교육한다. 동작, 발성을 중시하는 연극과 달리 영화는 표정 연기가 더 중요하다. 전에도 감독들을 만나면 자질이 많은데 영화연기 스킬이 부족해서 오디션에 떨어지는 배우들이 많다고 들었다. 또한 마케팅이나 프로듀싱 과정은 따로 가르치는 곳이 많지 않다.
-교육 이념을 정리하면 ‘현장 밀착형’쯤 되겠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영화산업론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처음 강의를 갔을 때 연극영화과 친구들인데도 극장요금 9천원이 어떻게 분배가 되는지 모르더라. 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나가서 뭘 할지 분명하게 방향설정을 할 것 아닌가. 서울필름스쿨 또한 영화를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어 만들게 됐다.
-그러한 목적이 강사진과 커리큘럼에도 반영이 됐나. =연기 과정 중에 ‘프리미어 액팅 과정’이 있다. 오랫동안 연기를 가르쳐왔던 강사들 외에도 현직 배우, 감독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이 부분에 대한 세세한 도움은 정윤철 감독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연기라는 건 배우는 것에 그치면 안된다. 자꾸 써먹어야 한다. 오디션 기회를 많이 주려고 투자배급사, 제작사 30여곳과 업무협정을 맺었다. 드라마쪽과는 지금 진행 중이다. 제작과정은 이용주(<불신지옥>) 감독이 연출을, 이원재 작가(<혈의 누> <짝패>)가 시나리오를, 정금자 프로듀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가 마케팅을, 김성제 프로듀서(<피도 눈물도 없이>) 등이 프로듀싱 과정을 맡기로 했다. 시작은 4개 과정이지만, 앞으로 세분화해서 극장, 정책, 영화제, 영화음악 등과 관련한 과정도 만들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 강의도 꾸려보고 싶다.
-제작은 포기한 건가. =이준익 감독님이 전에 영화제작이 곗돈 타는 것 같다고 한 적 있다. 일찍 타는 사람이 있고, 늦게 타는 사람이 있고. 그런데 곗돈을 타려면 먼저 곗돈을 부어야 하는 것 아닌가. (웃음) 그런 점에서 서울필름스쿨은 내게 곗돈이다. 주변에서 시장성에 대해서 우려한다. 내 생각에도 서울필름스쿨이 엄청난 기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영화, 좋은 인력을 배출할 수 있으면 된다고 본다. 차근차근 가다보면 서울필름스쿨 안에서 영화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