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준구,
‘영혼은 낙타의 속도로 움직인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은 독자라면, 열에 아홉은 이 문장을 기억할 것이다. 아라비아의 이 아름다운 속담을 통해 보통은 미래로만 전진하는 인간과 추억을 짊어지고 뒤늦게 인간을 따르는 영혼을 얘기했다. 인간의 속도와 영혼의 속도가 다르다면, 어느 쪽이 진짜일까. 정답은 ‘둘 다 진실’이겠지만, 모든 것이 빠르게 진행되는 21세기엔 인간의 속도가 진리다. 슬프게도 영혼은, 자주 잊혀지고 무시당한다.
같은 제목의 전시가 열린다.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수채화, 드로잉 등을 다양하게 전공한 여덟 작가의 그룹전이다. 인간의 시간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이들은 작업 중에 영혼의 시간을 잊지 않는다. 노준구 작가의 <Barbershop Kami>에는 현대인의 번지르르한 외양과 메마른 내면이 공존한다. 김지현 작가는 <Saturday Night>에서 변화된 현실과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영혼을 표현하며, 김소연 작가의 <산책>엔 찰나가 있을 뿐 그 앞뒤가 부재한다. 지금은 잊혀진 낙타를 생각하며 이들의 전시를 감상하다보면, 일부 수익금은 시각장애우를 후원하는 패션 브랜드 구호의 캠페인에 기부된다고 한다. 착한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