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밴드 켄트의 음악을 처음 들은 게 꼭 10년 전이다. 뉴 밀레니엄이 시작된 그해로부터 이제까지 이 밴드를 놓아본 적이 없는데 새 앨범을 들으면서 새삼 옛날 생각에 빠지게 된다. 10년 전의 음악처럼 들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매번 다른 식의 방법론을 선보이곤 했다. 특히 전자음을 활용하는 부분에선 그걸 밴드의 자양분으로 삼은 경우인데 8번째 앨범인 ≪Rod≫에는 스튜디오와 교회에서 녹음되어 어쿠스틱과 전자음의 충돌이 환기하는 공감각적인 인상이 특별하다. 종소리와 오르간 반주에 합창이 주도하는 첫곡 <18:29-4>이 그렇고 리버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varta linjer>와 댄스비트가 넘실거리는 <Ensamheten>이 특히 그렇다. 켄트는 2005년 이후론 영어 앨범을 발매하지 않는다. 굳이 영어로 노래하지 않아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켄트는 의심 없이 새 앨범을 구입하는 밴드기도 하다. 10년 뒤에도 이들의 음악을 듣게 될까. 괜히 낭만적인 생각에 빠지게 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