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기성품인가, 예술인가. 마틴 크리드의 작품을 보면 마르셀 뒤샹(그는 남성용 소변기를 <샘>이라는 예술 작품으로 명명했다) 이래로 끊임없이 던져왔던 이 질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크기 순서대로 나열된 선인장, 부피에 따라 층층이 쌓인 종이상자, 벽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 이것이 마틴 크리드의 예술 세계를 대변하는 작품들이다. 모두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들이며 일상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나 마틴 크리드가 될 수는 없다. 아주 ‘만만한’ 모습이지만, 마틴의 작품 속에는 집요한 연구와 자기 절제가 있어야만 가능할 엄격함과 단순함이 존재한다. 그냥 아무 데나 선인장을 세워놓는 것이 아니라 최적의 위치와 배경을 선정해 놓는 것이고(<Work No.960>), 네온사인의 문구를 결정할 때에도 가장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단어를 고뇌 끝에 집어넣는 것이다(<Work No.890: Don’t Worry>). 언제나 최소한의 작업으로 최대한의 사유를 이끌어내는 이 영국 출신 개념미술가는 2001년 영국의 권위있는 현대미술상인 터너상을 수상했다. 이번 개인전은 국내 최초로 조각, 설치, 네온, 드로잉, 사운드, 필름 등 마틴 크리드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