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의 사연>(이하 <악연>)에는 진짜 악당이 나온다. 이름은 ‘홍어단’. 암모니아 향기 가득한 홍어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다. 어이없다. 홍어의 색과 모양을 본뜬 슈트를 입고, 끈적끈적한 홍어폰을 쓴다. 홍어폰은 30초 동안 전화를 안 받으면 괴음을 내면서 피를 토한다. 황당하다. 홍어단은 지구 정복을 위해 말도 안 나오는 이상한 괴수를 만들어낸다. 악당이 있으면 정의의 사도도 있는 법. 홍어단에 맞선 이들은 사랑의 힘으로 지구를 지킨다고 하는 ‘러브레인저’다.
<파워레인저>류의 전대물을 기막히게 비틀어 만든 <악연>은 황당함으로 이루어진 만화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괴상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런데 그게 또 잘 읽힌다. 신기하다. 홍어단에서 괴수를 디자인하는 도식이라는 주인공과 러브레인저 핑크의 러브라인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회씩 짧게 끊어서 개그에만 집중하는 에피소드식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개그만화라서 다음 회가 궁금해지는 강도도 세다.
<악연>의 웃음 포인트는 다양한 캐릭터에서 나온다. 도식이 일하는 괴수디자인팀의 변태 팀장(여자화장실에서 몰카 찍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쁜 여자 밝히는 홍어단 사장(악당 옆에 섹시하게 서 있는 업무를 맡은 홍어걸들과 사귄다), 러브레인저에서는 된장녀스러운 핑크(명품 쇼핑을 좋아한다), 아이돌을 꿈꾸는 어설픈 리더 레드(팀에서 비주얼만 담당한다) 등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악연>에서 빵 터지는 진짜 개그는 괴수들이 맡았다. 긴 손으로 싸대기를 날리는 ‘싸대기몬’은 생긴 것부터 웃기고, 귀엽게 생긴 외모로 여자들에게 호감을 사는 ‘몽글몬’은 알고 보면 능글맞은 아저씨 캐릭터다. 변태 팀장은 수영장에서 몰카 찍는 ‘오덕몬’을 만들었다.
작가후기엔 괴수의 제작과정이 소개됐다. 물론 황당하게 만든다. 작가의 신상정보가 없어 팬카페에서는 작가의 정체를 두고 설문조사까지 하는 모양인데, 내가 본 그는 분명 개그 천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