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폴을 좋아하는 사람만큼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엄친아’라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감성이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고 허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루시드 폴은 이제 발매되자마자 차트 1, 2위에 드는 음악가가 되었다. 적이 많다는 건 그만큼 대중적이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론 그에게서 뭘 기대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상반되는지 궁금하지만, 어쨌든 ≪레 미제라블≫은 ≪국경의 밤≫과 비슷한 곳을 지향한다. 이주노동자 문제와 유년기에 대한 향수를 동시에 드러냈던 전작처럼 ≪레 미제라블>은 노스탤지어를 경계로 여기와 저기를 오간다. 그걸 이상과 현실의 접목이라고 부를 사람도 있을 테고, 감상적인 현실감이라고 부를 사람도 있을 테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레 미제라블≫은 어쩌면 가장 루시드 폴‘다운’ 앨범으로 들린다. <고등어>의 “날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라는 가사는 좀 손발이 오그라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