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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포기할 게 점점 많아지더라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09-12-24

10년만에 개봉하는 <오디션>의 민경조 감독

<오디션>은 지난 10년간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짚을 때마다 빠지지 않는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언제나 기대작으로 분류됐다. 대한민국의 10대들이 열광했던 만화가 천계영의 원작을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만든다는 기획이었으니, 일찌감치 흥행작으로 점쳐진 건 당연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개봉을 앞둔 <오디션>의 모습은 솔직히 초라하다. 개봉한다는 소문은 희미하고, 개봉관은 한곳뿐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제작과 연출을 맡은 민경조 감독은 “언제부턴가 완성하는 게 첫 번째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제작진한테는 흥행보다도 개봉이 최우선 과제였을 것 같다. 그런데 단관 개봉이다. =사실 <오디션>을 완성한 건 2007년 가을이다. 그때만 해도 80개관 정도는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때를 기다렸는데, 갈수록 힘들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오디션>은 고전이 된 거다. 2008년 봄과 여름에도 개봉을 타진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년 2월을 염두에 두었었다. 그런데 더이상은 못 기다리겠더라. 같이 만든 사람들이나 기다려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일단 단관이라도 개봉하려 한 거다. 지방쪽에도 문화회관이나 시민회관을 알아보고 있다. 돈을 버는 것보다도 볼 수 있는 기회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대략 10년이 지났다. 10년 내내 <오디션>을 만들지는 않았을 텐데. =실제 작업기간으로 따지면 2년 반 정도 될 거다. 투자가 됐다가 번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른 일을 해서 돈을 모아 작업해야만 했다. 제작발표회를 2000년에 열었고 2001년부터 본 작업에 들어갔다. 2002년 초에 자금이 고갈되더라. 이때부터 2006년까지는 다른 일을 했다. 그동안 다른 작품을 기획하거나, 투자 유치하는 일을 했다. 내가 아직 바보인지 남의 작품은 투자 유치를 해도 정작 내 건 안되더라. (웃음)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지금 같은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과연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었다. 그래도 일본시장을 함께 겨냥하면 가능할 거란 계산은 했다. 또 그때는 원작의 붐이 남아 있을 때였고, HOT나 젝스키스 같은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끌고 있을 때였다. 게다가 <마리이야기>나 <원더풀 데이즈> <아치와 씨팍>도 함께 만들 때였다. 크게 손해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장편애니메이션의 흥행이 부진했다. <오디션>으로서는 그런 분위기에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그 작품들이 좋지 않았던 건 아니다. 다만 시장분위기가 그렇다보니 막차를 탄 <오디션>으로서는 투자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 <오디션>과 관련해 보도된 계획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뮤지션들과 계약하면서 개봉 한달 전에 이벤트 콘서트를 열려고 했었다. 입장료 1천원에, 경품은 더 많이 주는 그런 행사 말이다. (웃음) 당시는 뮤지션 라인업이 정말 빵빵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런 유명 뮤지션의 음악과 작품이 잘 맞지 않더라. <오디션> 음악은 독자들에게 상상 속의 음악이다. 그러니 이미 알려진 느낌의 음악을 쓰는 것 자체가 틀린 기획이었다. 심지어 어떤 가수는 다른 사람들보다 두배 이상의 개런티를 줬는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을 만들어왔기에 계약을 파기했다. 결국에는 인디계열 뮤지션과 일본쪽 뮤지션들의 음악을 사용했다.

-콘서트 장면이나 이야기 구성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을 것 같다. 방대한 계획이 점점 축소됐을 것 같더라. =방대하게 시작했지만 포기해야 할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콘서트 장면도 여러 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소스를 찍어서 활용하려 했는데, 자금이 없다보니 못했다. 이야기의 경우, 원작이 가진 리그전의 에피소드를 장편에 담기가 어려웠다. 나름 몇 가지 에피소드를 지켜가는 선에서 계획을 세웠는데, 결과물은 110분이 나왔다. 엄청나게 걷어냈다. 동냥질로 10년 동안 만든 그림을 걷어내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중도하차는 못하겠더라. 어떻게든 완성시키고 싶었다. 사람들의 평가는 두 번째 문제였다.

-단순히 넘겨짚자면 이제 다시는 장편애니메이션은 만들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아니다. TV시리즈와 장편애니메이션 두 분야로 새 작품을 준비 중이다. TV시리즈는 <미미와 다다의 미술탐험대>란 작품이다. 미술사의 고전작품들을 살펴보는 교육용 애니메이션인데, 이미 투자가 거의 마무리됐다. 내년 가을에 방영 예정이다. 장편애니메이션은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원작을 가지고 만든다. 일본이 메인시장인데, 그쪽과의 협상이 끝나지 않아서 밝힐 단계는 아니다. 이미 작화는 끝났고, 내년 3, 4월이면 파일럿이 나올 거다. 장편으로 한번 크게 얻어맞아봤으니, 한번은 더 해줘야지. (웃음) 한번 쓰라린 경험을 했으니, 같은 과정을 반복하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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