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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 레저의 유작,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첫 공개
장미 2009-12-17

일시 12월16일(수) 오후 2시 장소 CGV 왕십리

이 영화 깊은 산속의 수도원. 수도사였던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플러머)에게 악마 미스터 닉(톰 웨이츠)이 찾아온다. 닉은 파르나서스에게 일종의 게임을 제안하고, 파르나서스는 악마와의 대결에서 이겨 영생을 얻는다. 그들의 기나긴 내기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수천년이 흘러 파르나서스는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와의 삶을 갈망한 나머지 젊음을 다시 찾고자 악마와 거래한다. 대신 그의 혈육은 열여섯 살이 되는 해 닉에게 바쳐질 운명이다. 어느덧 파르나서스의 유일한 딸 발렌티나(릴리 콜)의 열여섯 번째 생일이 다가오고, 그들 앞에 정체불명의 사나이 토니(히스 레저, 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가 나타난다.

100자평

사람들을 상상 속의 세계로 안내하는 파르나서스 박사는 이미 관객을 영화적 판타지로 안내하는 테리 길리엄 감독과 동일시 된다. 그러니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브라질>의 컬트적인 요소와 코믹함, <시간 도둑들>의 판타스틱한 모험, <바론의 대모험>의 스펙터클한 도전정신까지 모두 겸비해야 할 운명의 영화이자, 길리엄 감독의 영화적 세계를 고스란히 물려받아 정리해줄 자서전적인 영화다. 그러나 상상의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제멋대로의 상상처럼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스토리는 뒤죽박죽이고 이미지는 과잉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 섣불리 반기를 제기하는 것은 어렵다. 테리 길리엄이야 말로 명확히 규정되는 논리의 세계, 이 세계를 지배하는 제1법칙에 반하는 용기를 가진 최후의 아티스트다. 돈키호테를 닮은 그의 돌진이 건재하길! 이화정 <씨네21> 기자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크레딧에 적힌 대로 ‘히스 레저와 그 친구들의 영화’지만, 본질적으론 ‘파르나서스 박사와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 가까운 작품이다. 비평가들의 비판과 관객의 질타에도 환상과 마법에 대한 애착을 거두지 못하는 노감독의 신작은 여전히 두서없고 과장적이다. 그러나 테리 길리엄의 영화가 언제 이성과 논리로 우리를 매혹시켰던가. 전작에서 익히 목격한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을 나열하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끊임없는 이야기야말로 우리를 지탱시킨다고 믿는 어느 고집스러운 노인이 들려주는 동화 같은 영화다. 말하자면, 그 노인이 바로 파르나서스 박사요, 테리 길리엄이다. 장미 <씨네21>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