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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인터뷰] 어장관리녀의 고백
김도훈 2009-12-16

<뉴문>의 벨라

-그래서 누가 더 좋아요? =네? 무슨 말씀이세요?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요. 뱀파이어 에드워드가 좋으냐 늑대인간 제이콥이 좋으냐 이거죠. =(얼굴에 옅은 홍조를 띠며 잠시 사색하는 표정을 짓긴 하지만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벨라) 흐으음….

-고민이 좀 되나봐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아랫입술을 살짝 윗니로 깨물며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 벨라) 아흐음….

-아이고 답답해라. 말을 하란 말이야 이 여자야. 뱀파이어가 좋니 늑대인간이 좋으니. 이게 복잡하니? 간단하잖아. =그런 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심오한 질문이라고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기자님은 비냉이 좋아요 물냉이 좋아요?

-그야 물냉이… 아니, 가끔 입맛이 별로일 땐 맵싸한 비냉이 좋지만 속이 더부룩할 땐 또 담백하고 시원한 물냉이 당기는 편이고. 또 물냉도 종류에 따라 다르죠. 전 메밀로 만든 정통 평양식 물냉이 좋…. =거봐요.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래도 한두번 정도 사색하는 표정을 지은 뒤 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물냉. 언제나 물냉이라고.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것이 아니에요. 물냉과 비냉보다 조금 더 복잡한 문제예요 이건.

-에? 물냉, 비냉보다 더 복잡하다는 게 대체 무슨 소리래. =그러니까 이건 이런 거라고요. 기자님은 생크림과 블랙베리만 살짝 토핑한 뒤 설탕가루를 뿌린 와플이 좋으세요? 아니면 하겐다즈 아이스크림과 키위를 얹은 뒤 메이플 시럽을 듬뿍 친 와플이 좋으세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의 차이점이 생크림과 설탕가루를 친 와플과 아이스크림과 메이플 시럽을 뿌린 와플이라고요? =말하자면 그런 거죠. 대답하세요. 뭐가 더 좋아요? 이런 심오한 문제를 두고 기자님은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물론이죠. 전 그냥 메이플 시럽만 아주 살짝 얹은 담백한 와플이 좋아요. 생크림도 아이스크림도 싫어요. 둘 다 느끼해서 싫다고요. =이해할 수 없어요. 생크림과 아이스크림과 설탕가루를… 그 달콤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거부하다니.

-왜냐하면 전 10대 소녀가 아니거든요. 게다가 달콤하고 아름답다기보다는 느끼하죠. =그렇다면 기자님은 절 이해할 수 없어요. 에드워드와 제이콥은 생크림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처럼 다른 남자들이거든요. 그걸 포기하고 와플만 먹으라니. 그럴 수는 없지 뭐야.

-휴, 내가 이래서 10대 여자애들이랑 연애 이야기를 못한다니까. 너네는 그냥 갓 구운 와플만의 담백함을 모르거든. 좀더 나이 들어봐. 남자 눈에 쌍꺼풀만 깊게 져도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이렇게 말할걸. 어제 선 본 그 남자 속눈썹이 재수없게 나보다 더 긴 거 있지. 꺄아아악. =말인즉 나이 든다는 것은 로맨스를 잃어버린다는 뜻?

-그게 아니라 생크림과 아이스크림과 시럽 아래 묻혀 있는 와플의 진가를 안다는 소리죠. =흐음, 글쎄요. 재력이라는 또 다른 시럽을 필요로 하는 건 아니고요?

-어머, 벨라. 당신 생각보다 똑똑하구나. =똑똑하지 않으면 제가 제이콥에게 완전히 마음을 닫지 않고 배시시 가능성을 열어두는 짓을 할 리가 없죠. 만약의 경우란 게 있잖아요. 생크림이 없으면 아이스크림 얹은 와플을 선택해야 하는 법.

-제가 졌어요. 당신을 이 시대 최고의 어장관리녀로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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