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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걸작
심은하 2009-12-10

연극 <에쿠우스>

공연기간: 12월1일~2010년 1월30일 출연: 송승환, 조재현, 정태우, 류덕환, 이양숙, 박인서, 김상규, 박서연, 김보정 외

말(에쿠우스) 카리스마 지수 ★★★★ 원작 이해 지수 ★★★★

‘연극열전3’가 5년을 기다려온 무대 <에쿠우스>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번 <에쿠우스> 공연은 5년 전 ‘2004 연극열전’ 때보다 관객과의 거리를 좀더 좁힌 무대였다. 5년 전에는 알런과 말들의 격정적인 모습에 다른 잔상이 남기 힘들었다. 당시 불혹의 나이에도 17살 소년 알런 역을 역동적으로 소화해낸 조재현의 카리스마가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이번 무대는 배우들의 대사가 귀에 더 찰싹 달라붙는다. 심지어 극 중간 중간에 관객의 웃음까지 끌어낸다. 이 작품으로 연출가 데뷔식을 한 배우 조재현이 본지 727호 공연별책부록 인터뷰에서 밝힌 “난해한 원작을 쉽게 풀어내려 했다”는 포부가 헛되지 않은 결과리라.

<에쿠우스>와 가장 인연이 많은 배우 조재현도 인정한 것처럼 극작가 피터 셰터의 1973년작인 <에쿠우스>는 그리 쉬운 작품이 아니다. 정신과의사 ‘마틴 다이사트’(송승환, 조재현)는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들의 개성을 파괴하는 자신의 의료행위에 깊은 회의를 느끼던 중 말 7마리의 눈을 찌른 소년 ‘알런 스트랑’(정태우, 류덕환)을 맡게 된다. 17살 소년 알런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원인을 밝혀가는 과정에서 마틴은 부모의 왜곡된 사랑과 사회적 억압에 짓눌린 한 소년의 뜨거운 내면을 마주하게 되고, 자신을 억눌러왔던 회의감이 마침내 폭발하게 된다. 이 희곡은 상징적인 다의성을 담고 있다. 신이라든지, 숙명의 굴레라든지, 원초적인 성의 본능이라든지. 즉, 승화되지 못한 원초적인 감정과 상실감, 잃어버린 생의 희열에 대한 갈망 같은 인간 존재의 원초적인 문제성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오랜 팬이라면 즐거워할 뉴스가 있다. 바로 역대 알런들의 다이사트 변신이다. 1981년 알런 송승환과 1991년, 2004년 알런 조재현이 다이사트 역에 더블캐스팅되었다. 눈이 멀어버린 말들의 고통스런 신음소리와 함께 ‘따가닥따가닥’ 말발굽 소리가 울려퍼지는 마지막 장면은 다시 봐도 인상적이다. 로마 검투사보다 거친 말(에쿠우스)들의 호흡에 심장이 멈춘다.

<에쿠우스>는 내년 1월31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에서 공연되고, 내년 2월4일부터 3월14일까지는 장소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로 자리를 옮겨 공연된다. 오는 12월18일에는 연극 <엄마들의 수다>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연극열전3’의 두 번째 주자로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