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로 재탄생한 <신-몽유도원도>는 안견의 그림으로 기억되는 그 지상낙원에 숨결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폭포에선 물이 콸콸 쏟아지고 오색빛깔 황홀한 꽃들은 절경을 뽐낸다. 안평대군이 이 광경을 보았다면 정녕 꿈에서 본 그곳이 맞다며 무릎을 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사이에 스며들다>는 이처럼 추억의 명화를 디지털 작품으로 재구성한 40여점의 영상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겸재정선과 세잔>에서는 1741년 안개 낀 남산의 밤풍경을 그린 정선의 <장안연월>과 세잔의 1904년작 <생 빅투아르 산>이 오버랩되며, 또 다른 정선의 작품을 참고한 <신-단발령 망금강>에서는 도포를 입은 선비들이 단발령-금강산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줄서서 기다리는 웃지 못할 풍경이 펼쳐진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우는 여자>의 트레이드 마크인 망점을 모조리 없애버리거나,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에 재현된 먼로의 입술 위 점을 이리저리 이동시키는 영상에선 도발마저 느껴진다. 혹자는 디지털 기술로 기존 작품을 재현하는 얄팍한 기술이라고 반박할지 모르겠지만, 누구도 이 점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디어 아트가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