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국제평화영화제(ICPFF)가 올해로 4회를 맞았다. 영화제의 취지는 비무장지대라는 전쟁의 상흔이 존재하는 강원도에서 평화를 꿈꾸는 전세계 대학생이 만드는 영화제다. 올해는 ‘평화, 화합과 엔조이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11월26일부터 29일까지 CGV춘천과 강원대학교에서 열린다. 그러나 이 영화제가 네번의 만남을 가진 국제영화제라는 걸 아는 영화팬은 정작 많지 않다. 강원대학교 영상문화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기복 집행위원장은 올해가 첫회라는 마음으로 이번 영화제에 임했다. 3회부터 영화제의 중책을 맡은 그의 임무는 기획, 프로그램 선정, 마케팅 어느 하나 골격을 갖춘 것이 없는 기존 영화제에 영화제의 ‘꼴’을 갖추는 것이었다. 영화제 막바지 준비 중인 박기복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4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실 ‘대학생국제평화영화제’라는 타이틀은 매력적이지 않다. =맞다. 지난해 내가 이 영화제를 맡을 때만 해도 우리 영화제는 또 하나의 지역영화제에 불과했다. 마침 내가 강원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옆에서 영화제를 지켜보는 입장이 됐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관계자에게 조언을 했다. 단순히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실익 차원에서 효용이 되는 영화제를 꾸려보자고. 조언하려다 관계자 미팅을 하게 되고 그러다가 집행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게 된 식이다.
-‘대학생’과 ‘평화’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영화제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했나. =강원도라는 특성상 ‘평화’라는 키워드가 상당히 강한 영화제다. 처음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컸다. 평화라는 주제를 가져가다 보니 역동적인 영화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평화의 의미를 확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전쟁’이라는 단선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인권, 지역갈등, 불평등, 분쟁이 모두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이슈가 있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그럼 대학생이라는 키워드는 어떻게 소화하나. =‘너희 영화인을 꿈꾸고 있니?’라는 영화제의 슬로건을 말하고 싶다. 예전 ‘대학생강변가요제’처럼 대학생이 영화를 만들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하려 한다. 올해부터 사전제작지원 섹션을 운영한다. 이 섹션에서 우승한 작품은 내년 영화제 본선 진출작으로 자동 선정되는 기회를 준다.
-지난해 중책을 맡은 이후, 애초 계획했던 영화제로 준비는 이루어졌다고 보나. =일부러 영화제 타이틀에 4회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올해가 처음 시작하는 해라는 다짐이 컸기 때문이다. 올해는 영화제 외적으로 진일보한 측면이 많다. 부끄럽지만 지난해까지 영화제에 프로그래머가 없었다. 올해 함주리, 김성주 프로그래머 두명을 영입해 그 오명에서 벗어났다. 1, 2회 영화제까지 없던 경쟁부문도 올해는 시작한다.
-오다기리 조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는 것도 이번 영화제의 이슈가 됐다. 일본, 타이 등 아시아 국가에서 참석한 워크숍 강연도 다양하다. =특별한 인연이 있다거나 유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그보다 우리 영화제는 규모가 작고 알려지지 않았으니 지레 포기하는 마음만은 버렸다. 모든 가능한 곳에 문을 두드렸다. 거절당했지만 우디 앨런도 초청했으니까. (웃음) 동남아시아 감독이 유독 많은 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그쪽 영화가 좀 소홀했다는 생각에 틈새를 노린 결과다. 다행히 호응이 좋았다. 유명 감독과 배우의 참가는 반가워할 일이지만, 영화제와 색깔이 맞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자칫 주객이 전도될 우려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해는 그 덕분에 홍보 효과가 배가 됐다.
-춘천에서 개최하지만 지역행사로서 기능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춘천과 관광적 문화 콘텐츠로서 연계가 없다. 대학과 일부 극장에서만 하다보니 그 점이 아쉽다. 내년부터는 적극적으로 춘천 지역 행사로 연계할 생각이다. 지역 특성상 춘천은 유리하다. 드넓은 호반이라는 자연적인 조건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심리적 거리가 있어서 그렇지 춘천은 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울에서 한 시간 반밖에 걸리지 않는다. 내년에는 지하철도 개통된다니 접근이 더 편리해질 것이다.
-올해 고무적인 새 신고식으로 만족할 순 없겠다. 영화제의 목표는 무엇인가. =강원도에 영상위원회가 없다. 그런데 올해 영화제 홍보를 하면서 관심이 집중되다 보니 영상위원회 설립 이야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영화 관계자뿐만 아니라 영화팬이 모두 주목할 만한 영화제로 틀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기반이 전무한 상태지만,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