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회화 중 어느 쪽이 더 현실적일까. 개인적으로는 회화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유화의 코끝을 찌르는 기름 냄새나 뭉툭하게 퍼바른 물감의 투박함 등이 ‘지금 이곳’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준달까. 반면 사진은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냄새도 없고 별다른 감촉도 없는 사진을 보거나 들고 있자면 프레임 속에 봉인된 찰나가 진정 내가 공유하던 그 시간이 맞는지 의심하게 된다.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현실을 보는 것 같은, 그런 애매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Unreal: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사이전>에서 6개국 여섯명의 사진작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이들 작가는 현실을 기록한 사진에서 비현실적인 요소를 끌어내는 마법을 선보인다. 옛 동독의 군사기지 폐허에서 고요한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리나 킴, 스페인 빈민가를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장소로 탈바꿈시킨 디오니시오 곤잘레스의 작품을 비롯해 30점이 전시된다. 특히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을 촬영한 마이클 웨슬리의 작품에 주목할 것. 오묘한 색깔로 그러데이션된 수평선 속으로 금방이라도 빠져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