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는 많다. <탐나는도다> <꽃보다 남자> <궁> <풀하우스>…. 드라마로 만들면 정말 재밌을 만화가 하나 있다. 미디어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되었던 <무차별! 강팀장>(이하 <강팀장>)이다.
홍경원 작가의 <강팀장>은 드라마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바로 회사다. 게다가 광고 회사다. 트렌디 드라마의 인물 설정과도 대략 비슷하다.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남자주인공(강유, 팀장), 입사동기인 라이벌(권혁기, 대리). 그리고 청순하고 마음씨 착한 여자(한다혜, 평사원)가 <강팀장>의 주요 등장인물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지만 결코 아니다. 여자주인공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강팀장>에서 청각장애를 지닌 한다혜를 연출하는 방식은 매우 유효적절하다. 만화의 특성을 제대로 살렸다. 한다혜는 메모지를 통해 의사를 전달한다. 그러니까 말풍선을 그리는 대신 메모지를 그리면 된다는 말이다. 꽤 효과적이지 않은가? 잘나가는 기획 A팀에서 좌천된 주인공 강팀장도 한다혜와 대화할 때는 메모지를 사용한다. 오로지 A팀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는 그는 초라한 D팀의 청각장애인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전단지 만드는 일만 하던 한지혜가 광고계의 거물인 강팀장을 계속 귀찮게 하자, 강팀장은 ‘하지 마’, ‘깨우지 마’, ‘갔다와’, ‘퇴근’ 등을 쓴 카드를 미리 준비해놓고 필요할 때 카드를 내밀 뿐이다. 이 연출이 은근 재밌다. 그러고 보니 메모지 대화를 드라마로 만들려면 꽤 어려울 것 같다.
이 고비만 어떻게 넘기면 드라마화는 일사천리다. 강팀장은 순수한 한지혜의 열정을 보며 그동안 성공만을 위해 후배 직원들을 거칠게 몰아세우던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한다혜는 ‘사이코’ 강팀장의 모진 트레이닝 끝에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다. 장애극복의 감동도 있고, 직장인의 암투도 있고, 연출의 재미도 있고 드라마의 필수요소인 러브라인도 살짝 보인다. 재미삼아 해보는 가상캐스팅. 한다혜 역에는 한지민, 강팀장 역은 윤상현 정도가 괜찮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