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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여전히 아득하게, 그러나 더 트렌디하게

≪Nine Days Or A Million≫/3호선버터플라이/ 비트볼뮤직 발매

트렌디 지수 ★★★★ 4집 기대 지수 ★★★★★

이게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 2004년 3집 <<Time Table>>을 발표한 뒤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활동을 쉬었던 3호선버터플라이의 신보가 나왔다. 그 사이 3호선버터플라이라는 이름을 대중적으로(혹은 전국적으로) 알린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의 기억도 희미해졌고 남상아와 성기완과 손경호와 김남윤이라는 ‘드림팀’의 아우라도 사라져갔다. 물론 이들 모두 각각의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3호선버터플라이’라는 다소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밴드의 존재감은 한국 인디의 지난 발자취 어쩌고 하는 블로그 포스팅에서나 드러날 뿐이었다.

≪Nine Days Or A Million≫은 이들이 간만에 내놓은 EP다. EP답게 5곡이 수록되었는데 이 곡들이 드러내는 지점이 ‘그때 거기’가 아니라 ‘지금 여기’라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제까지 3호선버터플라이의 음악은 하드 록과 사이키델릭, 드림팝과 포크 형식을 변주하는 것으로 설명되곤 했다. ≪Nine Days Or A Million≫도 마찬가지인데 스타일에서 2000년 이후에 등장한 영미 록의 트렌드를 반영한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티티카카>는 신스 팝과 결합하는 모양새를 가지고, <Nine Days>와 <왠지.여기.바다.>는 모던 포크와 드림 팝에 좀더 바짝 붙어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3호선버터플라이 특유의 정서가 유지되는 게 흥미롭다. 높은 곳에서 아득한 곳으로 낙하하는 폭포처럼 가속되는 리듬과 그 위로 짙고 넓게 퍼지는 물안개 같은 멜로디가 인상적인 <깊은 밤 안개 속>에서 드러나듯, 여전히 정처없이 떠도는 남상아의 보컬과 사납고 거친 사운드가 혼잡한 듯 우아하게 특히 그 간격에서 연어처럼 튀어오르는 그루브에 방점을 찍는 사운드 덕분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밴드의 정체성은 ‘재해석’에서 발현되었다. 1집과 2집은 록의 하위 장르를 한국식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고, 3집은 한국 록에 대한 재해석의 결과였다. 그러므로 ≪Nine Days Or A Million≫은 이른바 4집의 티저 예고편이다. 그런 맥락에서 3호선버터플라이는 이른바 인디 1세대 밴드 중에서 가장 트렌디한 밴드이고, 음악적 실천이란 점에서 이들의 정규 4집은 여전히, 가장 기대할 만한 앨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