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산록페스티벌에서 나는 베이스먼트 잭스에게 살해당했다. 런던 출신 2인조 일렉트로니카 밴드가 끝내주는 댄서들을 데리고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내려간 순간까지, 다리의 잔근육 한 줄기 한 줄기가 마모될 때까지 도무지 몸을 멈출 수가 없었다. 분홍신을 신고 발목이 잘릴 때까지 춤추는 무희의 기분이었달까. ≪Scars≫는 진짜로 놀 줄 아는 밴드 베이스먼트 잭스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사실 2006년에 내놓은 ≪Crazy Itch Radio≫는 좀 실망스러웠는데 이번 앨범은 화끈한 복귀작이다.
특히 첫 싱글로 발표한 <Raindrops>와 오노 요코가 참여한 <Day of the Sunflowers>, 샘 스패로가 특유의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한 목소리를 빌려준 <Feelings Gone>이 노른자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예전의 빅네임 일렉트로니카 밴드가 별로 춤추고 싶지 않은 새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새로운 실험’이라 지저귀던 평들이 참으로 듣기 싫었다. 일렉트로니카는 춤을 위한, 춤에 대한, 춤에 의한 음악이다. 춤추게 만들어야 일렉트로니카다. ≪Scars≫는 진정 춤추게 만드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