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유사생 시리즈: A Scene>, 81x65cm, 한지에 수묵채색, 2009
만유사생(萬有寫生). 만물을 묘사한다는 뜻이다. 얼핏 미술의 근본을 일컫는 말 같기도 하지만, 유근택 작가는 이 제목을 좀더 의미심장한 뜻으로 사용했다. 작가도 만물의 일부이며, 모든 만물은 반드시 작가의 내면을 거쳐 탄생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유사생’이란 전시명은 곧 작가가 세계이며, 세계가 작가라는 철학적인 뜻을 담고 있다.
전시명에 대한 얘기가 길었던 건, 작가에 따라 얼마나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는지를 말하고 싶어서다. 유근택 작가의 전공은 동양화이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이국의 향취가 느껴진다. 아파트, 버스 등과 같은 서양의 산물을 주제로 삼기 때문일까. 혹은 ‘과슈’라는 서양화 재료와 ‘호분’이란 동양화 재료를 함께 쓰기 때문일까. 그 무엇보다도 작가의 정서와 내면이 이국적 느낌의 가장 큰 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세계이며, 세계는 곧 작가이므로. 이번 전시에서는 <만유사생> 시리즈를 비롯해 <어떤 만찬> <분수> <자라는 실내> 연작 등 39점의 작품이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