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노(Bambino)는 이탈리아어로 ‘아기’나 ‘애송이’를 뜻한다. <밤비노>는 제목대로 후쿠오카 출신의 견습 요리사의 동경 진출기가 만화의 뼈대다. 데생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꽤 충실하고 거개의 일본만화가 그렇듯 충실한 취재를 통한 사실성이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후쿠오카에서 대학을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현지의 이탈리아식당에서 일하던 반 쇼고. 그는 학교를 중퇴하고 도쿄 롯폰기의 고급 식당 바카날레에 입사한다. 변두리와는 달리 어마어마한 규모에 최고의 프로들이 모여 일하는 명실상부한 전쟁터에서 반은 생존을 건 투쟁을 시작한다.
반은 이 식당에서 밤비노라고 불리며 견습 생활을 시작한다. 가게의 소파에서 자면서 일주일간의 가혹한 가 취업 기간의 실험을 견뎌낸다. 실제 취재를 통해 완성된 드라마는 실감나게 주방상황을 묘사하는데, 마치 작가가 주방 한 켠에 서서 그 모든 광경을 중계방송하는 듯한 현장성이 넘친다. 요리 접시를 나르는 웨이터들과 주문과 시간에 딱 맞춰 요리를 내려는 필사적인 움직임이 뜨끈한 오븐의 열기와 함께 땀냄새를 그대로 배달한다.
하루 열 서너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면서도 그들은 엄청난 손님들을 완벽하게 치러내는 데 목숨을 건다. 날카로운 칼에 손가락이 썰리거나, 손목의 인대가 나가도 팬을 놓지 않는 무서운 프로들이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화에서 생생하게 재련된다.
삶아둔 파스타를 주로 내는 한국의 이탈리아 식당과 달리, 막 삶아 탱탱한 스파게티를 내는 역동적인 요리사들이 만화에 등장한다. 오직 요리 외에는 그 무엇에도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려는 일본인 고유의 장인정신도 느껴볼 만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이탈리아의 요리 역사가 꽤 길며 수준도 높다. 특히 일본인답게 원형을 받아들이되, 독특하게 재가공하는 습성은 요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일본식의 섬세한 요리 기술과 재료가 채용되어 또다른 이탈리아 요리세계를 구축했다. 만화에서도 그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오리지널보다 더 오리지널답게, 오리지널과는 전혀 다른 재창조’라는 이율배반적인 일본식 이탈리아 요리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종종 일본인들의 서양, 특히 유럽 경도 취향은 가히 소름이 돋을 때가 있는데 만화에서도 이탈리아인보다 더 이탈리아 요리를 사랑하고 몰두하는 광경에 약간 섬뜩해지기도 한다. 부러운 건 역시 좋은 요리를 사랑할 줄 아는 등장인물들의 태도이며, 프로페셔널을 존중하는 문화다.
<초밥왕>처럼 지나치게 과장된 대결 구도를 담거나, <맛의 달인>처럼 요리 설명을 지루하게 끌고 가지도 않는 적당한 중용의 드라마가 무리 없다. 마츠모토 준을 주인공으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니 골라 보는 재미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