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 지수 ★★★★★ 롤모델 지수 ★★★★★
내게 욜 라 텡고는 20세기와 21세기가 겹쳐지던 시간의 배경음악이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20세기의 마지막 겨울에는 ≪I Can Hear the Heart Beating as One≫을, 소설을 쓰겠다며 지방행 버스를 탔던 21세기의 첫 번째 여름에는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을 들었다. 매캐하고 눅눅한 냄새의 음악이다.
≪Popular Song≫은 욜 라 텡고의 2009년 앨범이다. 계절상 겨울 앨범이라고 해도 좋겠다. 제목을 ‘유행가’라고 의역한다면 이 앨범은 유행가에 대한 통념과 부딪치면서도 부합되는 지점이 있다. 과연 ‘인디의 최고’라고 할 만큼 노련하고 신선하게 멜로디와 노이즈를 뒤섞는다. <Nothing To Hide> <If It’s True>처럼 멜로디와 훅이 돋보이는 곡도 있고, <All Your Secrets>나 <When It’s Dark>처럼 사랑스러운 곡은 물론 <The Fireside>나 <And The Glitter Is Gone>처럼 10분이 넘는 노이즈 파라다이스도 있다. ≪Popular Song≫은 욜 라 텡고의 전형적인 스타일, 그러니까 독특한 비트와 개성있는 멜로디를 가진 ‘유행가’를 한곳에 쓸어 담는다. 기존의 팬들은 물론이고 막연히 ‘뻔한 곡’은 싫다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재미있을 것이다.
10년 전에 이들을 처음 들어서 그런지, ≪Popular Song≫을 듣고 있으면 지난 10년이 휙휙 지나간다. 온갖 생각이 다 드는데, 그중엔 이런 것도 있다. 사람들은 흔히 ‘선택’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어떤 대학에 가고 어떤 회사에 가야 할지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한다. 그러나 내 생각에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거기서 지금보다 더 잘해내는 것. 한뼘이라도 더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욜 라 텡고는 1986년 이후로 거의 3년마다 새 앨범을 발표해왔다. 20여년을 한결같이 ‘인디’로 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세계적인 밴드이자 많은 이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이를테면 성공했다. 욜 라 텡고에게 ‘인디’는 정체성이면서도 ‘태도’와 ‘스타일’이다. 과연 나는(혹은 우리는) 이들처럼 한결같으면서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은 없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Popular Song≫은 지극히 사적인 2009년의 앨범이다. 동의하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