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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만] 에구구, 오지랖이 사람 잡네
강병진 사진 최성열 2009-11-10

<영웅은 없다>의 서승만 감독

웃음을 예상하는 건 당연하다. 과거 개그 프로그램의 ‘바람잡이’ 캐릭터로 관객과 시청자 모두를 휘어잡았던 서승만 아닌가. 그런데 그의 개그가 풍자를 지향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지. 남에 대한 관심이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그린 <영웅은 없다> 역시 상당히 시니컬한 분위기의 영화다. “경험담이에요. 한번은 비오는 날 비닐우산으로 남자에게 맞던 여자를 구해준 적이 있는데, 이 여자가 남자 편을 드는 거예요. 난 누명은 쓰지 않았지만, 사회의 그런 부분들에 분개하고 사는 편이죠.” 만약, 다시 메가폰이 주어진다면 그때도 사회고발성 작품을 할 생각이다. 사실, 이미 또 다른 작품을 찍어놨다. 대학로의 극단 운영자와 건물주의 갈등을 다룬 <연기수업>이란 장편영화다. 역시 경험담이다. “극단은 배고픈데, 건물주만 배가 부르더라고. 시나리오도 직접 쓰고 내가 가진 여유로 만들었어요. 개봉도 생각하는데, 그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영화에 뛰어든 개그맨은 더이상 낯설지 않다. 심형래, 이경규뿐만 아니라 갈갈이 박준형도 있다. 서승만은 그들과 비교하는 게 부끄럽다고 말한다. “재주는 없는데, 그냥 관심이 있었던 거예요. 지난 몇년 간 뮤지컬을 만들었는데, 그것 역시 관심이 있어서 한 거였어요.” 영화감독으로 불리는 것도 부담스럽다. 아시아나단편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것도 왠지 “작품이 좋아서 뽑힌 게 아니라, 연예인이 만든 거니까 별책부록으로 끼워준 것 같다.” 단, 그가 영화를 준비없이 대한 건 아니었다. 뮤지컬을 위해 다시 학교에서 무대연출을 전공했던 것처럼 <영웅은 없다> 또한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뒤 만든 졸업작품이다. 다른 학생들 단편 현장을 찾아가 밥값을 내주며 눈과 귀로 배우기도 했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투자를 받아 제대로 영화를 만든다면 최강희를 출연시키고 싶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예요. 군대를 다룬 영화를 찍는다면, 부대에 면회 온 병사 애인이라도 맡기고 싶어요. 그런데 진짜 그럴 수 있을까 몰라. (웃음)”

<영웅은 없다>는 어떤 영화?

함부로 나서지 마라. 개그맨 서승만의 단편은 어차피 <영웅은 없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우연히 만난 꼬마에게도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싱긋 웃고, 길거리에서 맞고 있는 여자를 구해주는 ‘좋은’ 남자다. 그런데 남자의 오지랖은 언제나 화를 초래한다.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고, 억울한 누명을 쓴다. 다른 이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졌던 남자는 결국 모두가 무관심을 원하는 사회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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