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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혜선] 성당에서 쫓겨나기도 했어요
주성철 사진 최성열 2009-11-10

<유쾌한 도우미>의 구혜선 감독

여전히 ‘금잔디’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구혜선을 만났다. 단편 <유쾌한 도우미>의 ‘감독 구혜선’으로 만난 것이지만 사실 그는 창작소설 <탱고>를 출간한 것은 물론 그 속에 삽입된 자신의 일러스트를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고 또 앨범까지 발매했기에 딱히 감독, 작가, 화가, 뮤지션 그 무엇으로도 가둘 수 없는 팔방미인의 재능을 뽐냈다. 최근에는 방배동 서래마을에 갤러리 ‘마놀린’을 열어 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바로 이곳에서 구혜선을 만난 날, 오후 4시임에도 ‘오늘은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연말 크랭크인 목표로 음악영화로 알려진 장편 데뷔작을 준비하느라 늘 밤을 새우는 모양이었다.

<유쾌한 도우미>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신부와 수녀에게 연신 “구원해주세요”라고 애타게 외친다. 바로 신부와 수녀는 “죽음을 통해 구원받고 싶다면 진심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하는 ‘유쾌한 도우미’들이다. 고해성사가 처음이라는 남자부터 이젠 숨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인다는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그들의 고해를 들으면서 신부는 하품을 하기도 하고 따분해하기도 한다. 그렇게 삶과 죽음에 관한 종교적 설정을 영화는 꽤 도발적이고 발칙한 흐름으로 이어간다. 굉장히 유쾌하고 간결한 터치로 그리지만, 촬영하던 성당에서 쫓겨나기도 했다니 그 디테일이나 묘사 자체는 은근히 세다. 일단 ‘무교’라고 얘기한 그는 “마리아를 성처녀로 보느냐 창녀로 보느냐, 하는 차이는 미미하다. 종교라는 것도 해석의 다양성을 품고 있다. 이것을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봐도 좋고, 종교의 모순성에 대한 우화로 읽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안락사나 생명윤리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짧고 거침없는 단편의 매력 속에 발칙한 상상을 담아보고자 했다”고도 덧붙인다.

<유쾌한 도우미>를 보고 있으면 ‘감독 구혜선’의 스타일이 보인다. 자유분방한 화법도 그렇지만 미장센과 음악의 사용에서 뭔가가 욕심 많게 꽉 들어차 있다는 느낌이다. 가볍게 지나칠 만한 장면 하나하나에도 꽤 많은 공을 들였음을 눈치챌 수 있다. 문득 지금의 감독 구혜선을 만든 영화가 뭘까 물어봤다. “아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일 것”이라고 말하며 “감동받은 나머지 그 후속편인 교원문고의 <스칼렛> 상·중·하권을 구하기 위해 전국의 헌책방을 뒤졌던 기억”을 털어놓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내년 여름 개봉 목표로 “한용운 시인의 한국적 시와 고 유재하의 음악을 응용한 첼리스트의 이야기”라는 장편 데뷔작이 어서 보고 싶어졌다.

<유쾌한 도우미>는 어떤 영화?

신부(김명수)와 수녀(서현진)는 구원받고자 성당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안락사를 행하여준다.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남을 돕는 건 행복한 일”이라는 게 신부의 신념이다. 그렇게 생과 사를 결정짓는 무거운 일을 집행하지만 정작 신부는 고해소의 고장난 전등 하나조차 제때 고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성진이라는 젊은 남자가 신부와 수녀에게 찾아오는데, 그는 안락사를 일주일만 미루고 그동안 성당에 머물게 해달라고 한다. 그렇게 하루이틀 시간을 보내면서 성진과 수녀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흐르고 드디어 성진의 안락사를 집행할 날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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