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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요리] 일본음식 인기가도의 배후?
박찬일 2009-11-05

만화도 블록버스터급이 있는가 하면, 소품을 지향하는 아기자기한 것도 있다. <심야식당>(글·그림 아베 야로, 미우(대원) 펴냄)은 인기몰이 따위와는 거리가 멀지만 만화 마니아들은 다 아는 개성 물씬한 연작물이다. 애크러배틱한 요리 솜씨나- 초밥왕에서 다들 좀 물리셨지- 요리책인지 극화인지 헷갈릴 지경인 이야기가 슬슬 지겨울 찰나에 등장한 따뜻한 밤참 같은 만화다. 평범하지만, 사람 이야기를 양념으로 엮어내는 건 우리 만화 <식객>을 닮은 구석도 있다.

<심야식당>은 따로 가게 이름도 없고, 그저 ‘밥집’이라는 천막 간판을 내건 조촐한 식당이다. 신주쿠 번화가의 안 골목에 있으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주인이자 주방장은 소박하다 못해 평범한 요리를 만들어 제공한다. 밤 12시에 열어 아침 7시까지 영업하는 이 식당이 유별난 건 메뉴판이 없다는 점이다. 청주와 소주, 간단한 돼짓국 백반 외에는 이렇다 할 메뉴가 없다. 그냥 손님이 원하는 요리를 즉흥적으로 내놓는다. 그래서 요리보다 사람이 주인인 식당이기도 하다.

평범한 요리를 빛나게 하는 건 역시 손님들이다. 게이와 트랜스젠더가 등장하고- 역시 일본 만화다운 약간의 비범함이라고나 할까- 몰락한 엔카 가수가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별볼일 없는 루저들이라는 것.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득 풀어놓고, ‘마스터’는 음식으로 그들의 아픔을 위무한다.

현재까지 4권이 나온 이 만화는 권마다 열댓개의 아이템(음식)을 풀어놓는다. 아베의 음식들은 별쭝난 것은 없지만, 그래서 오히려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메뉴다. 음식을 매개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문어를 닮은 비엔나소시지만을 먹는 조폭과 오차즈케를 사랑하는 세 여인의 우정과 배신 같은 스토리들이 맛깔스런 시장 반찬처럼 배열된다.

최근 일본 음식이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아마도 이 만화가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은근히 마니아가 많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지고 있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이야기를 푸는 솜씨가 만화보다 못하다. 상상력의 공간을 독자 몫으로 남겨두는 종이매체의 개성을 따라가긴 힘겨워 보인다. 캐릭터도 좀 엉성하고- 식당 주인이자 주방장(마스터라고 부르는)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따뜻한 성격을 잘 묘사하는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결정적 문제인 도저히 요리사로 보이지 않는 어색한 몸동작이라니. 모든 직업군이 프로답게 보이는 건 그 직업을 오래 수행할 때 드러나는 ‘몸의 언어’인데, 배우가 하루아침에 완성하긴 어려운 일이긴 하다. 오다기리 조가 나온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거 완전 카메오이니까 기대는 하지 마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