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백화점 가을 정기 바겐세일이 끝났다. 모두들 득템은 하셨는지. 그나저나 백화점에 한번 갔다오면 영혼의 70%는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든다. 머리로는 끊임없이 다음 타깃을 생각하고, 눈으로는 숨은 보물을 추적하며, 몸으로는 경쟁자들보다 한층 굳세고 날렵하게 상품 사이를 파고들어야 하니까. 이렇게 삼박자가 따로 놀다보면 어느새 양손에는 쇼핑백이 수두룩하고 카드값 근심은 하늘을 찌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한 예술가가 있다. 바로 이정아 작가다. 객관적인 관찰자의 시선으로 찰나의 인간 군상을 포착해왔던 이정아 작가는 개인전 <Ride This Train>에서 강남 신세계 백화점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 속에 담았다. 특이한 점은 그림 속에 백화점을 떠올릴 만한 그 어떤 배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배경을 삭제함으로써 사람들의 손동작이나 제스처를 통해 그들의 심리를 유추하도록 한다. 그 모습이 연극 무대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이번 전시에서는 20여점의 회화 작품이 소개된다. 뒷모습만으로도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아줌마 쇼퍼 삼총사, 반대로 쇼핑은 내 전공이 아니라는 듯 무심한 포즈로 휴식 중인 아저씨 세명의 모습이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