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한국의 카페들이야말로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대중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믿는다. 노라 존스와 더불어 이들이야말로 우아하고 현대적인 여가문화의 배경음악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비꼬는 건 아니다. 본인들로서는 역설적인 뜻으로 지었을지 몰라도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란 이름부터가 그렇게 여겨진다. 심지어 새 앨범의 제목은 ‘의존선언’, 《Declaration of Dependence》이다. 햇살 좋고 바람 좋고 풍경도 좋은 가을날에 딱 어울리는 제목(나도 맘 편히 기댈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이다.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드럼이 완전히 배제된 어쿠스틱 멜로디가 여유와 넉넉함을 표방한다. 중간중간 무심히 끼어드는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한갓진 오후를 꿈꾸게 만든다. 커버마저 따뜻한 남쪽 나라 어느 해변에서 ‘조용히 놀고 있는’ 얼렌드와 아이릭의 사진이다. 햐, 부러운 팔자. 온갖 문제들로 히스테릭해진 과장님의 잔소리가 난무하는 사무실에서 지난달 카드값이나 계산하고 있다면 볼륨을 제대로 높이길 권한다. <24-25>와 <Mrs. Cold> <Riot On A Empty Street>가 위로가 될 것이다. 물론 카드값은 해결되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