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웹툰의 시작은 제목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장면이다. 중학교 졸업식, 벚꽃이 흩날리는 핑크빛 배경을 뒤로하고 잘생긴 남자주인공은 어여쁜 여학생에게 고백을 하는 듯하다. 여자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주인공이 내뱉는 말은 “…네 수영복이 갖고 싶어”였다. 순수한 아이들의 풋풋한 연애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충격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수영복 마니아라니… 이런 만화 따위 19금이어야 하지 않을까?
<두근두근두근거려>는 <삼봉이발소> <3단합체 김창남> 등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하일권 작가의 작품이다. 전작부터 이어지는 독특한 설정은 여전하다. 외모 바이러스를 치유하는 이발사, 인간형 로봇과 사랑에 빠진 왕따, 이번엔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아니라 ‘수영복’을 좋아하는 여장남자 수구 선수가 등장한다. 주인공 ‘배수구’는 휴대폰 카메라로 수영장 안을 몰래 찍다가 수구부 코치인 채민준 선생에게 딱 걸리고 만다. 수구부를 만들고 싶었지만 선수 한명이 부족한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던 선생님은 배수구를 협박 및 회유하여 여자 수구부에 억지로 밀어넣는다. 교감선생님인 아버지의 무게에 억눌려 살던 모범생 배수구는 김소녀라는 이름으로 가슴에 뽕을 넣고 수구를 하는 편이 오히려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배수구와 비슷한 인물로는 엄진아가 있다. 전교 1등, 엄진아는 늘 엄마 친구 딸에게 비교당하면서 컸다. 무슨 말이든 “엄마가…”로 시작한다. 수구를 시작한 것도 ‘엄친딸’이 수구를 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두근두근두근거려>는 단순한 스포츠 만화도 아니고 입시의 굴레에 찌든 청소년을 위로하는 작품이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배수구가 수영복 입은 여자를 좋아하기 시작하는 걸로 봐서는 연애물일 수도 있다. 어떤 장르가 되었든 하일권의 작품은 재밌고, 생각할 거리를 독자들에게 남긴다. 전작을 먼저 보면 곳곳에 숨은 웃음 코드를 찾는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