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Speedway 1997년, 감독 스티븐 로 자막 영어, 한국어, 중국어 화면포맷 1.33:1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DTS 지역코드 0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아이맥스영화를 보게 된 것은, 여의도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리고 객석이 너무 가파르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과 스크린이 너무 컸다는 것이 아주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다. 너무 커서 저것은 스크린이 아니라 ‘혹시 그냥 장식용 벽면이고, 잠시 뒤 천장에서 대충 큰 사이즈의 스크린이 스스슥 내려와 거기에다가 영화를 틀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좀 황당한 생각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렇게 보게 된 아이맥스영화 <창공을 날아라>는 예상했던 것보다 재미있었지만, 목이 뻐근했고 동시에 상당히 어지러웠다는 느낌으로 끝을 맺었다.
최근에 우연찮게 아이맥스영화인 <수퍼 스피드웨이>의 DVD를 손에 넣었을 때, 왠지 난감한 기분에 빠져버렸다. 순간적이지만 DVD로 아이맥스영화를 감상해야 하는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똘히 생각해보니 어디에나 적용될 법한 스토리만 고집하는 아이맥스영화 최대의 단점을 감안한다면, DVD와 아이맥스영화는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관계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특히 두 매체가 동시에 자랑하는 화질면에서의 궁합은 그야말로 짝을 딱! 하고 이룬다. 게다가 주로 자연이나 역사를 다루는 기타 아이맥스영화들과 달리, <수퍼 스피드웨이>가 자동차 레이싱에 관한 내용이라는 사실도 DVD와 잘 맞는 궁합이 아닐 수 없다. 음향면에서도 DVD의 장점이 확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기대감에 대해 <수퍼 스피드웨이> DVD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만큼의 만족감을 선사해준다. 특히 주인공의 아들이 새로이 제작된 경주용 자동차를 타고 벌이는 시험 주행이나 실제 경기장면에서의 음의 분리도는, ‘스피커 테스트용 DVD 샘플’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대단히 화려하다. 호러나 SF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우퍼가 아주 강하게 반응하는 경우는 적지만, 6개의 스피커를 좌에서 우로, 뒤에서 앞으로 울리는 레이싱 특유의 소리를 좇다보면 무아지경에 빠진다. 이런 음향효과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영화와 거의 맞먹는 길이로 서플먼트에 들어가 있는 제작다큐멘터리다. 아이맥스용 특수필름과 카메라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거니와 실제로 영화를 촬영하면서 제작된 경주용 자동차에 대한 기술적인 메커니즘까지 꼼꼼히 보여줌으로써 그러한 사운드의 근원을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감독의 설명과는 반대로 너무나도 영화적인 설정에 대한 의구심만 뺀다면, 내용면에서도 별로 지루하지 않다. 작은 문제라면 영화와 제작다큐멘터리가 길이와 내용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과 제작진들이 나누는 평범한 대화에는 자막이 따라붙지 않아 자주 맥이 끊긴다는 것 정도.